26. 성형
조상님들께서 머리카락을 자르는 일조차도 함부로 하지 않은 것은 몸 안에 담겨있는 소우주에 대한 통찰로부터 비롯된다. 몸은 말 그대로 대우주를 고스란히 옮겨놓은 축소판이기 때문에 인체는 소우주라고 일컫는다. 인체의 섬세한 신경계통부터 더 미세한 부분에 해당하는 경락 체계까지 육체 안에 있는 모든 장기와 기관들은 제 나름의 쓰임과 역할이 있다. 성형이나 인위적인 조작을 통해 선천적으로 주어진 인체의 모양을 바꾸는 일은 기가 흐르는 통로인 경락 체계에 유의미한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부분적인 변형이나 왜곡을 초래한다. 인체 생명 시스템의 회로도가 변경됨에 따라 기가 흐르는 통로가 완전히 막혀버릴 수도 있고, 왜곡된 방향으로 흐르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는 기의 통로가 변형됨에 따라 감각 그 이상의 세계에 접근 가능성이 차단되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처럼 상위 차원의 지식을 올바르게 전달하는 일은 예로부터 남성이 갖고 있는 신성한 역할의 일부다. 아무리 남자가 하는 일이 없는 것처럼 집안에서 놀더라도 집안에 남자가 있어야 한다는 말의 의미는 이와 같은 맥락에서 나온다. 극단적으로 여성만이 있는 곳에는 생명을 향한 파괴적 행위가 지배적일뿐만 아니라 감각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의 굴레에 빠지게 된다. 형상 그 이면의 원리를 이해하고 삶 속에서 그와 관련된 연관성을 밝히는 일은 남성성이 지니고 있는 삶의 권리이자 의무다. 사람들의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의 정신이 올바르게 전파되기 위해서는 만물의 생명을 주관하는 영에 대한 통찰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영과 육 사이의 단절이 메워지지 않는 한, 혼의 갈증은 멈추지 않으므로 계속해서 삶을 욕망할 수밖에 없는 운명의 덫에 갇혀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