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20년 차 요가 교사

언제나 학생

새벽 2시 30분 아무도 없는 수련 공간에서 나를  반겨주는 가네쉬


앞으로의 계획 없이 단순히 잘 살고만 싶었던 젊은 직장인이었다.  술과 담배  쾌락에 즐거움에 빠져 살았고,  미래에 대한 불투명함으로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자주 느꼈었다. 고등학교 2학년에 시작했던 요가를  군대 제대 후 우연한 기회로 다시 시작하게 되었고, 60분 연습에서 나의 생각을  완전히 바꿔 놓았던 순간이었다. 그렇게 다시 시작된 요가 연습에서 교사에 대한 꿈을 꾸게 되었다. 내가 요가 교사로 새로운 삶을 살기 시작한 2000년 초반에는 남자 요가 교사는 수업을 할 수 있는 곳이 그리 많지 않았다. 운 좋게 겨우 기회를 잡아 새벽 수업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조금씩 수업을 늘려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경험 없는 교사였기에 매일 수업에 한계를 느끼게 되었다. 단순히 자세를 완성하는 것과  어제와 다른 시퀀스를 만들어 내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는데, 2년 정도 되니 매번 반복되는 것에 스스로 지치기 시작했던 거 같다. 요가 수련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으니 당연한 결과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요가 교사를 그만두고 다시 회사를 다녀야겠다 마음먹었었다. 그때가 2004년이었는데, 함께 수업하고  있었던 동생이 아쉬탕가요가를 소개해 주었고, 2004년 처음 수련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 연습이 요가에 대해 궁금증을 만들어 주었는데, 왜 수련을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알려주는 것만 같았다. 그날 이후 3년간 모든 수업을 멈추고 하루에 두 번 이상 수련했고, 이론에 대한 배움을 이어갔다.  내가 느낀 건 요가교사로서 수업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그리고 단순히 수업 시퀀스만 잘 만들어 낸다고 교사가 되는 것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다.


비워져 있는 빈 공간을 하나씩 채워가는 것

아쉬탕가요가를 가르치는 교사로서 제2의 요가적 삶이 시작되었다. 학생들의 연습을 돕기 위해 관찰하고, 자세를 수정해 주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안전하게 자세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런 나의 지도방법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학생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안되던 자세들이 되고 아픈 곳이 사라지기 시작하는 학생들도 점점 많아져갔다. 나와 학생들 모두가 만족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고, 교사로서 참 잘해나가고 있구나 싶었다. 그때가 내 나이 30대 초, 중반때쯤으로 기억된다. 드리시티요가라는 이름으로 자리가 잡혀갈 쯤 수련을 잘하고 있던 학생 한 명이 아픔을 이야기하며, 내게 상담 신청을 해왔다.

“어깨가 몇 개월 전부터 아프기 시작했는데, 요즘은 목도 아픈데 어떻게 하면 되죠?”  나는 그럴 수 있으니 조금 더 연습해 보며 증상을 관찰해 보자고 이야기했고, 어떻게 저 학생을 도울 수 있을까 고민했었다. 그런데 이 학생이 언제부턴가 연습을 나오는 횟수가 줄기 시작했고, 점점 불만스러운 말들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학생에게 물었는데, ”요즘 왜 연습을 잘 안 나오니? “ 학생은 그냥 좀 바쁘기도 했고, 계속 아픔이 있다 보니 마음이 연습을 피하게 하고, 감정적으로 불안정함과, 가끔씩 화가 올라오기도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런 학생에게  그래도 연습해야 되고 그것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거야 라며 강하게 밀어붙였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도 나는 초보 교사였다. 단지 요가를 잘 가르치는 것이 매일 연습하고 자세를 해나갈 수 있도록 돕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루종일  복잡한 생각들로 두통이 오고 표정도 어두워졌다. 내 감정을 조절하지 못했고, 어떻게 학생을 이끌어 가야 하는지 답이 보이지 않아 화를 내기도 했다.



아쉬탕가요가를 배우기 위해 인도가 아닌 외국으로 스승들을 찾아다녔다. 구루들과 연습은 언제나 성장을 도왔고 내게 영감을 주었다. 그냥 그들과 함께 공간에 있고, 짧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와 힘을 얻을 수 있었다. 나와 무엇이 다른 것일까 생각하고 또 생각해 봤다. 내가 내린 결론은 오랜 시간 헌신적인 수련으로 쌓인 내공의 힘이고 또 하나는 학생이 배우겠다는 헌신적인 마음이 있어야지만 된다는 것이다. 가르치려고 해도 학생이 의심하고 배우려 하지 않는다면 둘의 관계와 배움은 더 이상 이어갈 수 없다는 것이다. 교사로서 나의 목표는 학생이 매트 위에 다시 설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요가를 가르칠 때 나는 진지함보다는 농담과 웃음을 주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주려고 한다. 그러다 필요하다 생각될 때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고 단호하게 이야기하며 가르친다. 이해시키기 위해 나의 경험과 지식을 사용하지만 여전히 부족함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20년을 가르치고 있지만 나는 더 배워야 하는 학생이다. 내가 좀 더 당당히 요가 교사로 설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교사로서 반성하는 하루였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수련에 대한 헌신 - 나의 삶의 일부분이 되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