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낭만적인 글이 아닙니다. 현실은 연애가 아니깐요
티브 프로 '이혼할 결심'을 보며 영화 '헤어질 결심'을 잘도 바꿔 썼구나 생각했다. 요리연구가 이혜정씨는 평소 예능 프로 등에 나와 남편과의 힘든 일, 시댁과의 어려운 점을 자주 얘기했다. 그래서 어느날 그의 남편은
"당신이 떠들고 다녀서 대한민국 사람들이 모두 나의 일을 안다"
고 불만을 얘기 한 적이 있다. 그 오랜 시절을 잘 버텨온 그녀가 예능에서 이혼을 생각해 본다? 실제로 이혼까지는 가지 않고 프로그램 설정이겠지만 프로그램을 보면 참 위태해 보인다. 난 시청자로 좀 더 객관적인 입장으로 두 사람을 바라본다.
평생 큰소리치던 권위적인 남편은 위기의 관계에서 부인을 위한 오키나와 여행을 계획한다. 하지만 너무도 스타일이 다른 부부의 여행은 무난할 리 없다. 부인을 위해 여행을 계획했다지만 남편은 관광지마다 자신의 역사적 취향을 고집한다. 쉬리성에 들어서자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가는 곳마다 설명서는 모두 읽어야 하고 궁금한 것은 모두 해결해야 직성이 풀린다. 반면 이혜정씨는 경치도 느끼고 길가의 예쁜 꽃 사진도 찍으며 여유를 만끽하고 싶다. 여행스타일이 확연히 다른 두 사람은 쉬리성 관광을 무사히 마쳤을까? 입구부터 불평과 말싸움이 시작되었다.
난 이 불협화음이 불편하고 지루하여 시청을 멈춰 버리고 말았다. 사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이혜정씨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이야기이다.
친구의 소개로 만난 남편과 나는 서로 다른 행성에서 온 사람처럼 참 다른 점이 많다. 어떻게 이런 다른 사람들이 결혼해서 20년 이상 살았을까 싶다. 남편은 전형적인 경상도 사람에 매우 보수적인 사람이다. 규칙적인 생활 패턴을 가지고 매일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밥을 먹고 배변 보는 시간까지 규칙적인 사람이다. 난 매우 자유로운 성향으로 생활이 불규칙적이고 감성적이며 즉흥적인 스타일이다. 결혼초에 참 많이도 싸웠고 지금도 작고 소소한 일로 싸우고 화해를 반복한다. 혈기왕성한 젊은 시절 싸움과 화해를 반복하면서 잘 버텼는데.. 딸아이가 성인이 된 오랜 세월 뒤에 우리 둘은 고민하게 되었다. 이대로 살아야 할까?
사건의 시작은 추석 명절 전날 일어났다. 추석 전날 우리는 시댁에 전 부치러 일하러 가는데.. 출발 시간이 문제였다. 미리미리 스타일인 남편은 아침 8시에 출발을 예고했다, 무리가 없는 시간이었지만 요즘 갱년기를 맞고 있는 난 밤새 뒤척이다 새벽에야 잠이 들었다. 늦잠을 잔 나는 깜짝 놀라 잠이 깼고 부랴부랴 준비하며
"10분만 더 기다려줘" 라고 부탁했다.
남편은 아랑곳없이
"말 같지도 않은 말을 해"라고 말했다.
이 말은 내 감정의 버튼을 눌렀고 정색을 하며 따졌다.
"뭐가 말같지도 않은 말이라는 거야? 10분 더 기다려 달라는 말이 말 같지 않은 말이냐?"
이렇게 서로 언성이 오간 후 2주간 침묵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시댁에 올라가는 차 안에서 난 처음으로 이혼을 생각했다. 그동안 여차여차해서 참고 살았지만 지금 이 나이에 이런 소리를 듣고 살아야 하나? 말실수든 내 행동에 대한 비난이든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10분의 기다림 여유도 없는 남편과 더 이상 마주하기도 이야기하기도 싫었다.
헤어질 결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