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지랖 Aug 14. 2024

손발을 잘라내야 니가 살아!

단명할 팔자 #2


며칠 후 <이대나온 점집 아줌마>를 다시 찾아갔다.

전에는 토요일여서 엄청 붐볐지만 그나마 이날은 평일이라 새벽 5시에 대기자 명단을 작성하고

오전 11시 쬐끔 넘어서 방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저...저번에 왔었는데...

저 언제 죽나요? “


“뭐?내가 죽는다고 그랬어??

(뭔가를 뒤적뒤적하더니)

“안 죽어!!”


“예?”

이건 또 뭔 개소린가? 사망선고 해놓고 아니라고?


“내가 그렇게 말했다고? 흠....아냐..너 안죽어!! 그동안 고생을 너~무 많이 하고 살아서 다 액땜됐다.”


아니 이 아줌마가 이대(이화여자대학교)를 뒷돈주고 입학하셨나 아님 신빨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시나...


사람 목숨을 파리목숨마냥 쥐락펴락하더니

어랏?이젠 또 나를 달랜다

 

“고생 많이 하고 살았어~너니깐 살았지 다른 사람같으면 벌~써 저세상 갔다!”

.

.


“맞아요 맞아요~제가 쫌 힘들게 살았어요.“(글썽글썽)


하이고..맞장구 치고 있다 점집 상을 엎어도

시원찮을 판에..으이구..

(차~암 못났다 내자신!!)


이대나온 이 점집 아줌마는 과거는 빼고 미래만 말해준단다.

속없는 나는 불러주는 내 미래를 코박고 열심히 적어왔더랬다.


과연 다 맞췄을까?





1. 공무원 합격은 2024년도에 한다

 = 땡!! 2점 차이로 떨어졌다!


2. 부모랑 연을 끊어야 니가 산다

 = 딩동댕!! 엄마집 2층에 살던 나는...참다참다 숨이 안쉬어지는 증상까지 나타나자

야반도주하듯 작년 8월 삼복더위에 이사를 감행했다.

빚 잔뜩지고..

이제는 숨은 쉬어진다. 엄마는 나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이사 후에도 달달 볶아서 그나마 조금 편해진 건 몇 달 안됐다



3. 2024년부터 안정권에 들어서서 2025년에는

더 좋아진다.

 = 땡동댕!! 진행형이라 이건 뭐라 말을 못하겠다. 2025년에 다시 알려드리것음.





무슨 대학병원 의사도 아닌 점쟁이 아줌마의 시한부선고? 때문에 몇날 며칠 눈물바람으로 지냈던 내 자신이

지금 생각해보면 왜이리 멍청하고 한심해 보이는지..


그래도 그땐..그게 최선이었으리라.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던 심정에

내발로 찾아가서 더 큰 걱정과 불안을 5만원(복채)이나 주고 사갖고 왔으니..


내동생이 이런 말을 했다

“언니!! 그 점쟁이 아줌마가 토요일이라 일찍 쉬어야 하는데 언니가 맨마지막까지 기다리니깐 컨디션이 안좋아서 그냥 막말을 내뱉었나봐.

 그 아줌마도 워라밸이 중요할 텐데 말야.”



그래~ 니 말이 맞다.

올림픽 경기도 컨디션 좋은 사람이 메달을 따는 법인데 점쟁이 아줌마라고 다를까.

신을 모시는 사람이건 어쩌건 피곤하면

점사도 잘 안나오는 법!



혹시..점 보러 가실 분들 계신다면

이왕이면 신빨 잘 받는 이른 시간에 가세요!

절대 휴일이나 오후 늦게는  가시지 마세요.

엄청난 흉쾌를 들을지 모릅니다!ㅋㅋㅋ



그래도 5만원 주고 하나 건진 건 있다.

단명할 팔자에서 단명안 할 팔자라는 거.

그럼 앞으로는 공짜로 주어진 삶인가? 덤인생???


그렇다면...

앞으로는 더욱더!! 열심히!!!

는 개뿔!!!

더더 내가 하고싶은대로 살아봐야겠다.


지금까지는 k-장녀, 외며느리, 올케, 누나, 언니, 이모, 외숙모로서 살아봤으니

이제 그만 내려놓고 싶다.



아내, 엄마의 자리만 지키며 훨씬 가벼워진 마음으로 살아볼란다.

공황장애 약이 안들어먹을 정도로 나름 희생하며

이 악물고 살아봤으니..됐다. 그정도면 됐다.

애썼다..여기까지 살아내느라.. 고생많았다.


이제 나를 위해 살아보자. 덤인생!!!

작가의 이전글 에이~ 그래도 죽는 것보단 공무원 때려치는 게 낫잖아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