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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그래도 죽는 것보단 공무원 때려치는 게 낫잖아요
나의 짧은 나랏밥 먹은 이야기 1
by
이지랖
Aug 13. 2024
아래로
있다!
또 봐도..다시 봐도!
치켜떠 봐도 있다!!
내 수험번호!!! 와우!! 진짜 합격이다!!
드디어 공무원 시험 합격!!!!
2012년!
그렇게 난 길고 험했던 나의 수험생활의 마침표를 찍었다.
작년에 유산을 하고
그 허전함에 이겨보려 이악물고 공부했던 게 효과가 있었나??
아니면...뱃속에서 7개월 동안 살고 간
내 아들이 주고 간 커다란 선물일까?
나는 몰랐다..
유산을 해도
뱃속에서 7개월이나 키워냈다면...
성별이 확정됐다면...
장례를 치뤄야 한다는 것을...
나는 몰랐다...
유도분만으로
사산된 아이
를 꺼낸 직후라..
그래서 잘 걷지도 못하는 엄마가 마음의 준비조차 할 시간도
..
틈도 주지 않은 채
내아이를 화장
해버린다는 사실을...
결국 내 뱃속에서 7개월 동안 나와 이야기하고 태동을 느끼며 튼튼하게 자라만 달라는 뜻으로
태명을 ‘
튼튼이
’로 지은 내 아들의 마지막을
나는 끝내..
보지 못했다.
유산이지만 출산이랑 과정은 거의 같다
유도분만으로 5~6시간의 진통을 겪은 후 사산된 아이를 낳았으니...
그 죄책감과 허전함을 엄마가 아닌 자들이 짐작이나 할까...
그날..
시아버지 생신날에 시댁만 안갔어도
.. 형님들이 입에 발린 소리를 해도 그냥 무시했더라면..
나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짧지만 행복했다 내 아들~
엄마한테 잠깐이라도 들렀다 가줘서 고마워!!)
1차 필기합격 후 2차 면접준비에 돌입했다.
예상문제를 달달 외우고 평소 관심도 없었던
시장님 이름도 속으로 복창하고
(지금은 누군지 모른다..관심도 없고..)
시청 홈페이지 구석구석 탐색하며 외워야 할
것들은 메모하며
아주 열심이었다
면접에 똑 떨어져 그 어마어마한 필기시험을
다시 볼 자신이 없었으므로..
2차 면접 보기 전에 남편이랑 같이
지리산으로 여행
을 갔다.
황토로 만들어진 펜션이었는데 TV도 없고 인터넷도 안되고 무려 핸드폰도 잘 안터지는..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부부들만이 은밀히 즐길 수 있는...
그거...
.
.
.
하늘에서 쏟아지는 듯한 별들 구경하기!!!
ㅋㅋㅋ
뿐이었다.
세상만사 마음 먹기 달렸다더니 그말이 참말이었다.
그 전에는 내 눈에 들어오지도 않던 별들이 왜이리 반짝이고 이쁘던지...
바람소리도 어여쁘다...
풀벌레 소리도 어쩜 비트박스처럼 흥겹게 들리던지...
(진짜 풀벌레 소리에 어깨춤 출뻔 )
그리고 며칠 후
드디어 면접을 보러
시청문으로 들어섰다.
조별로 시간대가 나눠져 있는데
하...이런...거의 끝에서 두번 째조..
날이 춥기도 하고 너무 떨려서 얼른 끝내고 가고 싶었는데...
그 시청 강당은 난방이 안됐다.
정장 뻗쳐입고
맨날 크록스만 끌고 댕기던 내가
구두를 신었으니..
점점 발에 감각이 사라져갔다.
길어질수록 긴장은 점점 커져만 갔고
기다리다 기다리다....
감각이 사라진 내 엄지발가락을 이끌고 화장실로 갔다.
면접예상문제 암기쪽지를 손에 꼭 쥐고
볼일을 보고 있는데...
“
아! 그니깐..그렇게 말했어야 했는데...”
숨을 죽였다.
나오는 소변도 끊어치기했다.
먼저 면접
을 마친 이들이 (
아니 천사들이
)
화장실에 들른것이다.
이것은!!! 하늘마저 나를 돕고 있는 상황???
그래~
그동안 양심도 없이 나한테 모질게 대하더니 쬐끔 미안했나보지..하늘??
나는 나름 젤루 자신있는 “
섬세한 청력
”에 온 신경세포들을 집중
한 채
화장실 벽에 찰싹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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