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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랖 Aug 08. 2024

손발을 잘라내야 니가 살아!

기억의 습작2

금방이라도 아빠가 매를 들고 쫓아올것만 같아

발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래도 벗어나야 한다.

이를 악물고 뒷산을 넘어

해남 외할머니댁으로 우리는 탈출했다.

그때 엄마 주머니에는 딸랑 버스비 뿐이었다



외할머니댁에 무사히 도착하자 여기가 천국인가 싶을 정도로 너무나 행복했다.

 

찰나였다 눈물나도록 행복했던 찰나...



그날 저녁, 마을 언덕에서 아빠가 씩씩대며 걸어오고 있었으니까...찰나였다..


심장이 쪼그라든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나는 안다.

몇번이고 쪼그라들었다가 펴졌다 해봤으니깐


외할아버지께서 아빠와 술상을 앞에 두고

내 딸은 못 데려가네. 혼자 가게!“

 

그럼! 제 딸(나)이라도 데려가겠습니다!”

아빠의 말을 듣는 순간!

내 심장은 또 쪼그라들었다... 병원가서 검사를 한번 해봐야겠다. 심장이 온전한가..



옥신각신 하는 사이 외할머니는 나를 뒷문으로

빼내 도망가라고 하셨고


칠흑같은 어둠이 깔린 한여름의 무섭고 축축하고

온갖 동식물들이 소리를 내는 그 시골길을

8살 나는 신발도 없이 무작정 내달렸다.

.

.

인적이 드문 곳으로 들어간다는 곳이 외양간이었나보다.

숨소리라도 새어나갈까 내입을 틀어막고 또 외벽에 귀를 댄체..

나는 잠들었다.

.

.

얼마나 지났을까..

내가 깨어난 곳은 엄마의 따뜻한 등이었다.

어떻게 찾았는지

엄마는 나를 업고 외할머니댁 윗집으로 아빠를 피해

또 몸을 숨겼다.


이번에는  못 찾길..아빠가 제발 돌아가길...

.

.


다음 날!


엄청난 소란에 잠을 깼다.

아빠이번에도 여지없이 엄마를 찾아냈다.

진짜 특별한 사람찾는 능력이 있나보다.

 

내딸(나) 내놓으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남의 집 문을 발로 걷어차고 방으로 들어온 아빠는

내 멱살을 잡고 개끌듯이

땅바닥에 패대기 친 뒤 질질 끌고 다녔고

엄마는 온힘을 다해 내 손을 잡아 아빠를 막았다


아빠가 엄마를 노려보며

“그럼 니가 갈래?”

.

.

순간..엄마가 ..스르르 내손을 놨...다..

놔..버렸..다..

.

.

나는 그때를 지금도 잊지 못한다.

해남 외할머니댁에서 신작로까지

아빠한테 개처럼 질질 끌려가던 그때를....


아무도 구해주지 않았던, 도와주지 않았던

8살 아이의 무섭고 무서웠던 그때를...

그 순간을..


지금도 나는 그 길을 지나가지 못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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