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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랖 Aug 22. 2024

손발을 잘라내야 니가 살아!

엄마 잘라내기 프로젝트 #기억의 습작 3

아빠 손에 질질 끌려 서울행 고속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는 내내 무서움에 벌벌 떨고있는 나에게


넌 집에가면 진짜 죽도록 맞을 줄 알아!

 좋은 말로 할때 뚝 그쳐!“


지금도 눈을 감으면  들린다. 아빠가 내 귓가에 대고

계속 반복해댔던 그 말.


죽여버린다...


지금도 생생하게 들린다..



어떤 정신과 전문의가 이런 말을 한적이 있다.

어릴적 학대를 받은 환자에게


“어릴 때의 나로 돌아가서 그 작고 힘없는 어린 자신을

 꼬옥 안아주세요.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더욱 더 꼬옥 안아주세요~.“


헛소리..


분명 그 전문의는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을 것이다.

적어도 나처럼 친부가 퍽하면 때리거나 귀에 대고 죽여버린다를 속삭이진 않았을 것이다


온갖 상처 속에 훌쩍 커버린 지금의 내가 그때의 나를 어찌 안아준다는 말인가. 기억을 끄집어 내는 것조차 이렇게

손이 벌벌 떨리고 가슴이 턱턱 막히는데..



암튼 그렇게 나는 집까지 울면서 끌려갔고 집에 도착해보니 홀쭉해진 언니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뒤늦게 생각난 거지만 왜 엄마는 언니는 쏙 빼고 나와 동생만 데리고 탈출을 감행했던 것일까?


한참 뒤에 엄마한테 물어본 거지만

사실 3살 터울 내언니는 엄마가 낳은 친딸이 아니란다. 결혼하고 얼마 뒤 숨겨왔던 자신의 딸이라며 아빠가 언니를 집으로 데리고 왔더랜다.

 몰랐다. 우리 언니가 엄마 친딸이 아니라니건 진짜 상상도 해본적이 없었다.


구박의 중심은 나였는데 나는 친딸이

언니는 친딸이 아니다?

흠..


내가 아빠한테 맞아죽을까봐 밥도 안먹고 경끼를 일으켜 옷에 오줌도 싸버리고 토하고 열이 나서 온몸이 펄펄 끓으니

아빠 딴에도 귀찮았나보다. 며칠 데리고 있다가

야밤에 나를 외할머니 문앞에 버리고 도망가버렸다.

이럴줄 알았으면 개처럼 끌려갈때 오줌을 싸버리는건데..


그게 내가 본 아빠의 마지막 모습이다


그렇게 우리 세식구의 고군분투 새출발이 시작됐다.

외할머니는 밥그릇 3개, 국그릇 3개, 숟가락 젓가락 등을 챙겨서 읍내에 작은 상하방 하나를 마련해 주셨고

엄마는 취직자리를 알아보러 다녔다.


먹을 거라곤 밥과 김치, 김이 다였지만 그때가 가장 행복했다.

어린 시절중 언제가 가장 행복했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바로 그때라고 말할 것이다.


지옥 같았던..그래서 이제는 마음놓고 소리내어 울지도 하는...

나의 성장기가 이제 막 시작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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