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전문가들은 우리가 어떤 감정을 느낄 때
그냥~은 없다고 말한다.
'그냥'이라고 말하는 그 이면에는
반드시 그 감정을 느끼게 하는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때로
"묻지도 따지지도 마세요.
그냥 그래요."라고 말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
내 기분이 지금 좀 그래요.
그러니까 그냥 좀 받아줄래요? 하며
기대고 싶은 뉘앙스를 풍기며
감정을 털어놓는 그림책
로라 도크릴이 글을 쓰고
로렌 차일드가 그림을 그린
<오늘은 회색빛>
실은 로렌 차일드라고 생각하고 들었는데
읽다가 느낌이 무언가 달라서 다시 보니
글 작가가 다르다.
글에 따라 같은 작가의 그림도
이렇게 미묘하게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
책 속으로
나는 오늘 회색빛이에요.
<오늘은 회색빛> 본문
시작부터 선전포고를 하듯
'나는 오늘 회색빛'이라고~
대놓고 못을 박고 시작한다.
비장하기까지 하다.
그 어떤 빛깔의 것들도 마음이 와닿지 않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그냥 회색빛이라고,
새까만 밤하늘 같다고,
또 아이는 자신의 우울한 심정을
'종이 위에 끄적거린 낙서'라는 둥
다양한 비유로 표현한다.
엄마는 이렇게 말한다.
사랑스러운 우리 아가,
회색빛이어도 괜찮아.
날마다 밝을 필요는 없거든.
<오늘은 회색빛> 본문
모든 순간 이유를 따져 물을 필요는 없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상태를 수용해 주고
위로해 주는 게 최고의 치유가 되기도 한다.
엄마는 이유룰 묻지 않지만
아이의 회색빛 감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해 주는 많은 말들로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준다.
그리고 아이를 다시 밝은 세상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을 실어준다.
오늘은 먹구름처럼
회색빛이구나.
그런데 그거 아니?
먹구름이 비가 되고,
비가 웅덩이를 만들면
그 웅덩이 한가운데에서
첨벙거릴 수 있다는 걸....
<오늘은 회색빛> 본문
지혜로운 이 엄마는
기분을 원하는 색으로 마음껏 칠해도 된다고,
세상의 여러 빛깔들이 모두 우리의 기분이라고,
항상 달콤한 기분일 필요는 없다고,
아이에게 자신의 기분을
스스로 바꿀 수 있다고
기분의 주인은 자기 자신이라는 조언도 놓치지 않는다.
또 하나,
너의 기분이 어떤 빛깔이라도
널 사랑하는 엄마의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각인시켜 준다.
안 봐도 알 것 같다.
이 아이는 다음 날,
총 천연색 무지갯빛 아침을 맞이하지 않을까?
엄마에게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기대어왔을 때,
이렇게 깊은 공감과 위로를 받은 아이는
나중에 얼마나 뛰어난 공감 능력을 지니게 될까.
이 공감 능력으로 얼마나
많은 이들의 마음을 보듬어 줄까.
심리학에 '심'자도 모르는 사람이지만
안 봐도 가히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책 밖으로
<오늘은 회색빛> 독후활동
'회색빛' 하면 떠오르는 생각은?
내가 아는 기분의 종류는 어떤 것들이 있나?
내가 아는 기분들을 모두 다른 색깔로 표현한다면?
내가 기분을 표현하는 방식은?
(기분에 따라 다른 표현 방식)
기분을 조절하는 나만의 방법이 있나?
기분을 조절하기 힘들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은가?
"오늘은 ( ) 빛"이라는 제목으로 다른 빛깔 기분 책 만들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