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가 된 걸 후회해 본 적 있나요?
나를 보는 창이 되다.
'알고리즘을 탄 건가? 왜? 내 글이 조회수가 17000 이 넘었네!" (타 작가님들에 비하면 얼마 안 되는 조회수지만 글쓰기 초보인 나에겐 가슴 뛰는 숫자다)
처음엔 좋았다. 마냥 신이 났다. 라이킷과 조회수에 크게 신경 쓰지 않기를 다짐하고, (라이킷에 무덤덤 해지는 건 좀 힘들다) 월요일 한편, 목요일 한편 내 계획대로 글을 쓴 지 이제 8주가 되었다. 연재로 글을 쓰다 약속을 못 지킬까 겁이 나서 그것도 하지 않았다.
아이들을 모두 독립시키고, 절대 빈 둥지 증후군 같은 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생각으로 도서관에서 독서모임과 글쓰기 수업을 듣게 되었다. 애초에 나에겐 빈 둥지 증후군 같은 건 없었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글쓰기 수업 작가님은 나와는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명랑하고 쾌활한 분이셨다. 나에게 새로운 길을 보여주신 분이다. 독서 모임과 글쓰기 수업에서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느낀 것은 내가 나만의 세상에 갇혀 있다는 것이다. 내 아픔이 가장 크고, 내 고통이 가장 쓰다는 착각이라는 상자 속에. 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걸.
작가님은 조심스럽게 나에게 권하셨다.
"글을 써 보세요. 처음엔 어렵고, 생각하기 싫고, 아프겠지만 한 번은 다 꺼내어 놓으실 필요가 있어요. 그런 후엔 느끼실 거예요. 많이 편안해지는걸"
책을 쓴다는 건 어림없는 일이었기에 브런치에 먼저 도전해 보기로 했다.
첫 번째 도전에서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잠깐이지만, 내가 진짜 작가가 된 듯했다.
그 하루는 심장의 두근거림 때문에 일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실로 아주 오랜만에 느껴보는 뭔가를 해냈다는 성취감 같은 거였다.
그리고, 한편 한편 써 나가면서 내가 쓴 글을 읽고 고치고 읽고 고치기를 반복하며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되었다. 내 글에 진심이 있나?
정말 쓰고 싶은 이야기가 이게 맞는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일까?
잡다한 나의 일상을 글로 옮겨 놓는 게 내 글의 전부인가?
더 나아가선 내 글을 읽을 때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고질병이다. 사람들과의 만남에서도 난 항상 이런 생각들 때문에 자유롭지 못하다.
내가 한 말을 저 사람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괜히 이런 말을 했나?
하는 후회, 그리고 두려움.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서도 머릿속을 맴도는 이런 생각들 때문에 글 쓰기가 힘들어졌다.
다음엔 무슨 글을 쓸까?라는 고민으로 머릿속만 무거워지고 잠을 못 자기에 이르렀다.
깊이 있는 묵직한 글을 쓰기엔 나의 사색이 너무 얕고, 정보성 있는 글을 쓰기엔 나의 지식이 너무 짧았다.
'난 에세이는 안 읽어요 남의 삶엔 관심 없어요'
라고 말하던 지난날의 나의 오만이 부끄러워 숨어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지금 내가 쓰는 글이 타인에겐 모두 남의 삶인 것을 소설 또한 그렇지 않은가
브런치 글쓰기를 쉬는 동안 브런치작가님을 포함한 11분의 작가님들과 두 번째 공저 작업을 끝냈다.
작업이라는 거창한 명사를 붙이는 것도 부끄럽지만 많이 배우고 또 한 뼘 성장했길 기대한다.
또한, 나의 글쓰기가 에세이에 머물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