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작난로를 지피며 깡통에 고구마를 구우니 그때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처럼 생각이 나는데 스무 살에 대학 떨어지고 지원한 군대 입대했다가 몰랐던 폐병 발견해서 집에 돌아온 청년이 대학가 노점에서 군고구마통에 장작 넣어 굽던 고구마는 눈이라도 나리면 거리를 오가던 학생들의 왁자한 소리에 뜨거운 기운을 받아 구워지던 냄새가 솔솔 나부끼고 냄새 맡은 퇴근하던 아줌마 아저씨 군고구마 한 봉지 달라하면 하염없이 손님 기다리던 애송이 청년은 기쁜 표정으로 뒤집으면서 잘 구워진 고구마를 살짝 눌러보며 찾아내어 종이 봉지에 담아 내밀었는데 얼마에 팔았는지 생각은 안 나고 그 거리에 또래 학생들의 웃음소리와 음식점에서 나던 음식 냄새와 펑펑 내리던 눈발은 무심하게 쌓이고 어둑한 골목 귀퉁이에 무슨 책인지 펼치고 읽던 청년을 보고 찾아 온 큰 누이는 눈물을 글썽였고 난 괜찮은데 왜 그럴까 하면서도 피붙이라 고마운 마음에 훈훈 해지고 식후에 간식으로 약 한 움큼씩 털어 넣던 날들이 문득 옛날 보았던 영화처럼 아스라이 곁을 스쳐간다.
상당한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군대에서 방출당한 청년이 군고구마를 팔다니 좀 웃긴데 슬픈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