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따라 일본 간 엄마
일본 인솔자 일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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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c구 따라 일본 간 엄마
친구 따라 일본 간 엄마
우아하고 무슨 일을 하든 옳은 친한 친구가 같이 일해 볼 것을 제안했다.
십여 년 전 방과 후 수업에서 한자와 일본어를 가르치고 있었다. 수업을 들어갈 때마다 이 일은 별로 나에게 맞는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친구의 권유에 귀가 얇은 나는 흔들렸다. 그때 우리 애들은 중2 ,고1 이었다.
방과 후 수업은 우리 애들을 돌봐가면서 하기에는 괜찮았지만 학생들을 다루는 것은 어려웠다. 그러다가
용기를 내어 2월 부산항에서 비틀 호를 타고 쿠마모토로 첫 투어를 갔다. 시커먼 현해탄의 물길을 가로지르며
튀어오는 물길의 조각들은 내 맘도 부풀어 오르게 했다. 공부하기 싫어하는 학생들을 데리고 씨름하던 그때, 내 이야기에 귀 기울어 주고 행복해하는 관광객들을 보면서 결심했다. 그 길로 방과 후를 그만두고 전공을 살려 일본 가이드의 길로 들어서기로 했다. 남편은 한 달에 두 번 오고 있었고 투어를 나가면 집이 비어 아이들이 알아서 학교를 가야 했다. 아이들의 의견을 물었는데 우리 아이들은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었다. 회사에 들어가 전속으로는 일하지 않고 프리로 과하지 않게 일해서 애들이 나를 필요로 할 때은 나가지 않고 그 곁을 지키려 했다. 그런데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더 많은 법이다. 우아한 친구가 하는 것이라고 일조차 우아한 것은 아니었다.. 한 번은 후쿠오카로 간 투어였다. 텐진에서 손님들에게 자유시간을 주고 모일 곳을 정해 주었는데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한 팀이 오지 않았다. 비가 얼마나 오는지 어두워지는 저녁 무렵 폭풍우가 몰아쳤다.
다행히 손녀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모시러 갔다. 할머니, 딸, 손녀 세 명이 파르코 백화점 앞에서 기다리고 계셨다. 할머니와 딸에게 우산을 양보하고 그 비를 다 맞고 버스로 돌아욌다.
흠뻑 젖은 몰골로 부끄러워 손님들 앞에 설 수가 없어 몰래 수건으로 비를 훔쳤다. 그날 호텔로 돌아와 딸이 걱정되어 전화를 해 보았다. 딸은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소나기가 쏟아져, 마치 지나가던 수학 학원차를 타고 수업이 없는 날이지만, 학원에서 공부하다가, 학원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비에 맞은 채로 벌벌 떨며 빈 강의실에서 공부했을 딸과 비로 흠뻑 젖은 내 마음은 침대에 엎드려 펑펑 울었다.
내가 무슨 돈을 얼마나 벌거라고 이 짓을 하면서 사춘기 애들을 두고 미친년처럼 다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렇지만 나는 그 일을 그만두지 않았다. 투어를 가기 전엔 단디 집을 단도리해두고 투어 중에는 애들을 위한 선물을 꼭 사서 나를 정당화했다.
이제 아이들이 성장해 자신의 일을 갖고 일을 하면서도 공부도 하며 기특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본다. 아이들은 부모의 등을 보며 자란다고 했다. 아이들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나 간섭 보다 어쩜 자유로웠던 시간들이 그 애들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고 그때의 나 자신을 합리화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