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니? 가난한 거야. 네 맘이.
외로웠다.
채워짐 없이 새어나가는 일상에 외롭다고 느꼈다.
나의 빈 마음은 내가 스스로 채워야 하는 걸 알지만
그럴 때마다 워커홀릭 코스프레에 빠지는 우를 범하였다.
학생들을 갈아 넣고, 나를 갈아 넣어 가시적인 성취가 보이는 일을 벌였던 것 같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내가 돋보일 때 나에게 향하는 인정에 목이 말랐고 지금도 그렇다.
하지만 나는,
위에서 전달되는 오더대로 일하는 것에 특화되어 있는 사람이다.
책임감 있게 집단을 이끌며 새로움을 창조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로서의 능력은 떨어진다.
나란 사람은 그렇다.
12월이 되니 마음이 조급해졌다.
눈에 보이는 성과 없이, 드러나는 업적 없이 일 년을 보낸 것만 같은 상황에
실체 없는 존재와 비교를 하고 조급함이 일고 죄책감이 들었다.
하나하나 따져본다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일을 했고 그중 일부는 예전보다 완성도도 높았다.
하지만 마음이 불안하다. 누군가가 알아주고 인정할만한, 다시 말하면 눈에 보이는 성과는
딱히 없었다는 이유로..
생각해 보면 성취지향적인, 업적주의가 요구되는 직업환경은 아니다.
나의 성취보다는 타인의 성취에 관심 갖고 조력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자 임무이다.
교무실 내 자리에 앉아있는 게 답답하고 체할 것 같다.
특히 지금 내 자리 환경은 더더욱 나를 몰아세우고 자책하는 분위기를 만든다.
물론! 나 혼자 만드는 분위기다.
옆자리 동료와 내 밑바닥 저 깊은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며 결론을 내렸다.
외롭다고. 내 마음의 샘이 말라간다고… 늘 상 그들(옆자리 동료선생님을 포함한 워킹맘들)에게
직장에 와서도 집 걱정을 하는 바보들이라고, 본인을 위한 삶을 왜 살지 못하느냐 비아냥거리며 우쭐대지만
정작 나는 나를 위한 삶이 아니었다.
우리 반 아이들에게 ‘너를 아껴’, ‘너의 감정을 풀어낼 너만의 시간을 가져’라고
귓등에서 피가 나게 이야기하지만 오만한 충고였다.
외롭다.
목적과 방향이 없다 하더라도 눈에 보이는 성과가 급하다.
내 관심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 줄줄이 서 있지만 나도 관심 속에 있고 싶다.
인정받고 싶고, 칭찬받고 싶고..
그렇지만 스스로 채워야 함을 안다.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