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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 Aug 03. 2024

Hana09_나를 위한 작은 사치

엄마에게도 내 자리가 필요해

오랜만에 집에서 혼자가 되었다.

어수선한 식탁과 가득 찬 빨래바구니, 설산을 무시하고 좋아하는 바닐라향 커피를 얼음 가득 담아 준비한다.

언제 이 시간이 끝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 바삐 움직여 내 자리에 자리를 잡는다.

그냥 좋다….^——^


결혼을 하며 ‘마이홈’을 가지게 되었지만…

여러 이유로 집에서 내 공간은 없었다.

아이들이 어릴 때 가족들과 내방, 네 방, 아빠방, 공용 공간.. 등등 자기 공간에 대해 얘기를 할 때였나?

다들 방이 있고 나만 없는데, 왜 나만 집안일에 열심인지 모르겠다고 불만과 하소연을 할 때 아이가 꺼낸 말에 실소했다.

“엄마도 방 있잖아요!”

“어디? 안방? 그건 내 개인공간이 아니잖아!!”

“안방 아닌데…”

“그럼 어디?”

“주방이요, 엄마는 주방에서 일하고 식탁에서 책도 읽고 공부도 하잖아요^^“

.

.

.

집안의 모든 곳이 다 내 거라는 위로 아닌 남편의 위로로 대화를 마무리하며 결심한 게 있었다.

꼭 내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세월을 보내며, 집을 넓혀 내 방까지 마련하지는 못했지만 안방과 거실의 한편에는 책상과 테이블이 두 개나 늘었다.

모두 내 책상이다. 나는 그곳에서 아이 공부도 봐주고, 하루의 계획을 세우고, 책도 읽고, 차도 마신다.

나는 굳이! 그것들에게 이름을 명명하고 아이들에게 허락까지는 아니어도 사용하고 나서는 엄마를 위해 정리를 해두라고 한다.

그곳에서 나를 토닥이며 나의 하루를 위로한다.


최근에는 내 거! 리클라이너 의자도 마련했다.

덩치가 큰 녀석이라 고민을 많이 했지만… 그 덩치만큼 내 마음을 위로한다는 궤변을 중얼거리며…

내가 좋으면 좋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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