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적자생존의 하루

적는 자만이 살아남는다.

by 마음의 속삭임



설레는 마음으로 교실로 돌아왔다.

‘내일 가서 우리 맛있게 먹어요.’하며 싱긋이 웃던 서선생님의 얼굴이 자꾸 떠올라서 혼자 히죽히죽 웃어본다.


‘아, 참 나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아침에 예서랑 민석이 싸웠던거 부모님들께 연락해야되는데... 일단 예서 어머님께 전화드려보자.’


컴퓨터에 있는 학생명부표 파일을 열어서 예서 어머니 전화번호를 찾았다. 교실에 있는 전화기를 들고 번호를 누르려다가 다시 내려 놓았다.


‘아.. 학부모님들께 전화하는 건 왜 이렇게 해도 해도 어려운건지 모르겠어. 잘 할 수 있어, 최민지. 긴장하지 말고. 차분히 잘 얘기하는거야.’


다시 전화번호를 눌러본다. 전화연결음이 2번 울렸을 때 전화를 받는 소리가 들렸다.

딸깍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행복초등학교 3학년 2반 담임교사 최민지입니다. 오늘 처음 인사드리네요.”

“어머, 안녕하세요 선생님. 반갑습니다. 찾아뵙고 인사드려야 하는데 이렇게 전화로 먼저 인사드리네요.”


네 어머님, 저도 반갑습니다. 오늘 예서는 밥도 잘 먹고, 수업 잘 듣고 하교하였습니다. 오늘 예서를 만나보니 논리적으로 말을 잘 하는 아이더라고요."


“아 그랬나요? 우리 예서가 오늘 잘 했다니 참 다행입니다.”


“네, 그런데 오늘 친구와 다툼이 좀 있어서요. 알고 계셔야할 것 같아서 연락드렸습니다. 오늘 아침에 제가 출근하기전에 교실에서 일이 있었는데요...”


“아 그랬나요?예서가 가끔 친구들하고 트러블 있을 때가 있더라고요. ”


아 그렇군요~ 오늘 있었던 일을 아이들과 이야기해보니 예서가 교실에 먼저 등교해서 있었는데 민석이라는 친구가 예서보고 같은 반에 있어서 싫다고 하면서 욕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화가 난 예서가 민석이 등을 손바닥으로 조금 세게 때렸고, 민석이도 화가 나서 예서 가방을 집어 던지는 일이 있었어요. 아이들이 잘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지도하였고 서로 사과를 하였습니다. 다시 안하겠다고 했고요. ”


“어머, 우리 예서가 민석이를 때렸다고요?”


“네... 민석이가 예서한데 좀 심한 욕을 했었는데 그것을 듣고 화가났던지 민석이 등을 때렸다고 주변에서 본 친구들이 얘기해주더라고요. 본인도 그랬다고 했고요.”


“아무리 화가 나도 친구를 때리면 안되죠. 집에 가서 예서와 이야기 나누어보겠습니다. 민석이 어머님께는 때려서 미안하다고 꼭 전해주세요.”


“네, 전해드리겠습니다. 저도 앞으로 아이들의 다툼이 없도록 잘 지켜보겠습니다. 오늘 첫날인데 좋은 일로 연락드리고 싶었는데 이렇게 연락드려 마음이 좋지 않네요.”


“아니에요. 연락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예서 좀 잘 부탁드릴게요. 집에서 막내라서 귀염받고 자라서 그런지 응석도 많고 이리저리 팔랑거리기도 하는 아이에요. 저도 집에 가서 예서랑 잘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이런 일로 신경쓰게해드려 죄송해요.”


“아~ 아니에요, 어머님. 애들이 학교에 있다보면 다투기도 할 수 있지요.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들어가세요.”


“네, 선생님.”


전화를 끊었다. 끊고 나니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되었는지 얼굴이 상기되어 뜨거워져있었다.


‘휴... 오케이. 예서 어머님께는 전화 드렸고... 다음은 민석이어머님... 아 잠깐. 2분만 쉬었다가 전화드리자.’



숨을 고른 뒤, 다시 전화기를 들어 민석이 어머님 전화번호를 눌렀다.

띠리리리리링~ 띠리리리리링~ 띠리리리리링~


‘어... 안 받으시네? 빨리 전화드리고 마무리하고싶었는데... 바쁘신가보네. 10분있다가 다시 전화해봐야겠다.’




메신저를 열었다. 읽지 못한 쪽지 25개를 하나하나 눌러서 확인해본다. 내일 나눠줘야하는 안내장에 대한 설명들과 나눠준 안내장을 다시 받아서 정리하고 제출해야하는 파일들에 대한 설명들이 한 가득이다. 3월 중순에 있을 교육과정설명회에 대한 안내도 있고, 각종 행사들에 쪽지들을 읽으니 머릿 속이 혼란스럽다.


‘와.. 이거 너무 해야할게 많네. 3월은 정말 헬이다... 교무수첩 달력에 하나하나 안 적으면 다 까먹음.. 얼른 적어 최민지...’


3월 달력칸에 동그라미 치며 행사들과 제출해야할 것들을 기록하다보니 어느새 10분이 금방 지나갔다.


‘다시 민석이 어머님께 전화드려보자.’


띠리리리리링~ 띠리리리리링~ 띠리리리리링~


전화연결음이 3번정도 울렸을 때 이번에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행복초등학교 3학년 2반 담임 최민지입니다. 오늘 처음 인사드리네요.”


“네. 선생님. 어쩐일로?”


“네, 오늘 첫날이라 인사드리려고요. 민석이는 오늘 밥도 잘 먹고, 운동장도 열심히 뛰면서 놀고 즐겁게 하교하였습니다.”


“네... 그렇군요...”


“네, 민석이는 에너지가 있고 활기찬 학생이더라고요. 아 그런데 어머님, 오늘 학교에서 친구와 다툼이 조금 있었어요. 예서라는 친구와 다툼이 있었는데요.”


“예서요? 예서랑 또 같은 반이에요? 아... 작년에도 예서랑 자꾸 싸워서 제가 민석이보고 예서랑은 같이 놀지말라고 얘기했었거든요.”


“아... 그랬군요. 어쨌든 올해도 예서랑 같은 반인데요. 오늘 아침에 예서가 먼저 등교해서 교실에 있었어요. 그런데 민석이가 들어오면서 ‘이예서가 이 반에 있어서 존나 싫다, 같이 있는게 기분 더럽다’고 말했어요. 예서가 하지말라고 하니까 민석이가 더 심한 욕을 했고 예서가 화가 나서 민석이 등을 때렸어요. 그리고 화가 난 민석이는 예서 가방에 있는 물건을 하나씩 꺼내서 던지고, 가방도 던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아이들을 불러서 각자 잘못한 일에 대해서 훈육을 했고, 서로 사과는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그러지 않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방금전에 예서 어머님께 전화드렸더니 예서가 때려서 미안하다고 꼭 전해달라고 하시더라고요.”


“네... 그런데 저희 애가 그렇게 욕을 했다고요? 선생님께서 보셨어요?”


“아뇨, 제가 출근하기전에 있었던 일이에요. 출근해서 교실 문을 열었더니 예서가 울고있었고, 민석이가 씩씩거리고 있더라고요. 가방하고 물건들이 바닥에 떨어져있었고요. 그래서 두 아이를 불러서 어떻게 된 건지 이야기를 들었고, 서로 이야기가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보고있었던 아이들을 몇 명 불러서 어떻게 되었는지 사실을 들었고요.”


민석이가 욕하고 가방 던진 거는 잘 못한거 맞는데 선생님께서도 조금 일찍 출근하셔서 아이들을 좀 봐주셨으면 좋겠네요. 선생님께서 늦게 오셔서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 같은데요.”


“아... 저는 정시에 출근을 했고요. 제가 없더라도 친구와 다투지 않아야할 것 같은데요. 제가 보는 곳에서만 친구들과 잘 지내야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아니, 그래도 선생님이 계셨으면 애들이 그렇게 욕하면서 싸우지는 않았을거 아니에요.”


“아.. 네... 다음부터는 저도 더 일찍 출근해서 아이들을 잘 살펴보겠습니다. 민석이가 앞으로 친구에게 심한 욕을 하거나 물건을 던지는 일이 없도록 가정에서 한번 더 지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네. 우리 민석이가 좀 산만하고 그렇지만요. 화 안내고 차분하게 잘 설명해주면 다 알아듣는 아이거든요.”


“네...”


“여하튼 선생님, 우리 민석이 많이 안아주시고 좋게 좋게 이야기 많이 해주세요.”


“아... 네, 알겠습니다. 다음부터는 친구와 다툼이 없도록 집에서도 함께 이야기 나누어주세요.”

“네, 선생님. 들어가세요.”


“네, 어머님.”


전화를 끊었다.


온 몸에 힘이 쭉 빠지는 것 같았다.


‘와우... 민석이 어머님... 내 탓을 하시네. 민석이가 욕하고 물건 던지게 내가 늦게온 탓일까? 일단 내일부터는 괜한 말 안 듣게 조금 일찍 출근해야겠다. 오늘 있었던 일이랑 예서 어머님이랑 민석이 어머님이랑 통화한 것 다 교무수첩에 적자. 적자. 적자생존이다. 적어야 산다. 문제 생기면 기록이 나를 지켜줄거야.’


이렇게 기록하다보니 퇴근시간이 다가왔다.



‘어쨌든 퇴근이다. 기분 좋아야하는데 왜 이렇게 기분이 꿀꿀하냐... 흑... 첫날부터 힘들다... 현우선생님은 퇴근하셨으려나...’


터덜거리는 발걸음으로 교실 문을 나섰다.



<다음화에 계속됩니다.>

작가의 이전글<4화> 회의와 설렘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