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엇이 현실이고 , 무엇이 현실이 아닌가? 애당초 현실과 비현실을 구분 짓는 벽 같은 것이 이 세계에 실제로 존재하는가? 벽은 존재할지도 모른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불확실한 벽이다. 경우에 따라, 상대에 따라 견고함을 달리하고 형상을 바꿔나간다.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P.684)
“어느 쪽이건 상관없지 않나 싶습니다. 내가 나 자신의 본체건, 그림자건. 어느 쪽이 됐건 지금 이렇게 여기 있는 내가, 내가 익히 알고 있는 내가 곧 나인 거죠.”(p.751)
“나라는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p.184)
“눈이 멀지 않았을 땐 늘 여러 가지 것으로 내 시간을 채워야 했지요. 지금은 그러지 않아요………난 기억 속에 살아요…. 상상력이란 무엇인가요? 난 상상력이 기억과 망각 속에서 생겨 난다고 봐요. 이 두 가지를 섞어 놓은 것이라 할 수 있죠.” (보르헤스의 말-언어의 미로 속에서, 여든의 인터뷰 p.50-51)
“이제 내 눈은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것조차 알아볼 수 없고,” (바벨의 도서관 p.98)
“인간이란 숨결처럼 덧없는 존재고, 살면서 영위하는 나날도 지나가는 그림자에 불과합니다” (p.358)
“죽은 뒤에 인간적으로 더 활기차졌다는 말이 좀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그때까지 내면에 소중히 감추고 있던 것이 죽음과 함께 밖으로 드러난 게 아닐까요,” (p.370)
“생각해 보면 나는 죽은 고야스 씨밖에 알지 못한다. 그러나 이미 목숨을 잃은 사람임에도 고야스 씨는 풍요로운 생명력을 지니고 있었고, 나는 그의 존재를, 그의 인품을 생생히 회고할 수 있었다. (p.683-684)
“만약 옐로 서브마린 소년과 내가 정말로 ‘일체화’ 했다면, 나라는 인간에게 무슨 변화가 보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평소와 똑같은 나다. 내가 익히 알고 있던 나 자신이다. 물과 물이 섞이는 것처럼. 우리는 원래 모습으로 ‘환원된’ 것이다. 나는 그이고 그는 나라고 소년은 단언했다. 우리가 하나 되는 일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고, 그로써 나는 보다 본래의 나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p.726-727)
“어쩌면 바깥세계에 있던 것이 진짜 그녀이고, 이곳에 있는 건 그림자인지도 몰라요. 만약 그렇다면 모순과 가짜 이야기로 가득한 이 세계에 머무른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 까요?....... 어쩌면 바깥세계에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본체와 그림자가 감쪽같이 뒤바뀌는 게. 어느 쪽이 본체고 어느 쪽이 그림자인지 착각하게 된다는 게” (p.152)
“시간이 경과하면서 기억을 잃은 걸까, 아니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걸까? 내가 기억하는 것의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부터가 허구일까? 어디까지가 실제로 있었던 일이고 어디부터가 가짜일까?” (p.306)
“고야스 씨가 진정한 의미로는 아직 돌아가시지 않았다는 것을. 비록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그분이 이 도서관에 존재한다는 기척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는지도 몰라요”(p.419)
“당신의 마음은 하늘을 나는 새와 같습니다. 높은 벽도 당신 마음의 날갯짓을 막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분신이 그 용감한 낙하를 바깥세계에서 안전하게 받아줄 거라고, 진심으로 믿으면 됩니다.”(p.754)
“내 의식과 내 마음 사이에는 깊은 골이 있었다. 내 마음은 어떤 때는 봄날의 들판에서 뛰노는 어린 토끼이고, 또 어떤 때는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새가 된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내 마음을 제어하지 못한다. 그렇다, 마음이란 붙잡기 힘들고, 붙잡기 힘든 것이 마음이다.”(p.754)
“그렇습니다. 그가 당신을 받아줄 거예요. 그렇게 믿으세요. 당신의 분신을 믿는 건 곧 당신 자신을 믿는다는 뜻입니다.” (p.7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