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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선 Nov 13. 2024

어느 메모광의 슬픈 이야기

그만 묵히고 이제는 실행할 때

재앙이었다. 

나의 뇌 일부분을 소실했다.

폰의 기기 초기화는 순식간이었다.   

   

삼성노트!

내 이야기 보따리의 총집합체

너.. 없인 안되는데, 난 이제 어떡하면 좋니ㅠ     


논문 꺼리 오만오백개

현재 몇 역할의 업무 시스템

설레이는 새로운 사업기획안

끄적이길 반복하다 완성한 시

에피소드별로 수집한 음성녹음     


저장용량 부족인 상태로 자료를 옮기지 못한 채 

'이걸 언제 하나'라고 생각은 하지만 하기 싫은 마음이 위너였지.

번개처럼 찾아온 재앙은 그 무엇과도 비교불가 한 처절함이었다.     


사건의 정황은 이래.

1. 폰을 분실한 딸에게 물려 주려고 내 핸드폰을 새롭게 마련함

2. 새 폰에 자료 전송 완료 후 기존 폰을 기기 초기화 함.  

    

불운은 이거였어.

1. 때마침 집 와이파이 고장으로 주말 포함 3일을 멍텅구리로 보냄

2. 딸의 new 유심을 받기까지도 3일 걸림

3. 유심을 갈아끼우는 걸 내가 버벅대니 옆에서 해주겟다고 가져감

4. 내 손에 들린 폰을 보며 ‘어? 왜 기기가 초기화 안되어 있지?’라고 초기화 버튼을 누름.     


순간, 등에서부터 정수리까지 소름이 쫙!

1. 내 손에 들려 있는 폰이 내 딸에게 줄 핸드폰이 아니라 새로 구매한 폰이라는 걸 직감.

2. 취소 버튼을 찾으려 했으나 폰이 꺼져버리더니 한참을 걸려 다시 켜졌는데 매장에서 본 그 첫 화면이었음     

진짜 초기화 되버렸어.. 

뇌의 일부분 그것도 꽤 큰 부분을 잃어 버렸어... 

현실 부정 상태로 멍하니 몇 분을 보냈나 모르겠어.     


음. 나는 화살 메모를 굉장히 즐겨 하는 편이야. 음성으로 녹음해 놓고 그거를 메모로 옮겨 놓기도 하고. 이런 것들이 꽤나 있거든. 공들인 것들이 깡그리 다 날아가 버려서 화도 나고 속도 상하고 어떡하나 부들부들 떨리기도 하더라고.   


여기저기 전화해서 알아보는데 방법이 없더라.

그렇다면 다시하는 수 밖에 없는데 말이지. 

이걸 굉장히 잘 알고 있기는 한데 말이지.     


그런데, 

오늘은 말고.

.

...

.....

라고 했지만, 몇 분도 안되어 벌떡 일어났어.



캔디 캔디
"외로워도 슬프도 나는 안울어~♬" —캔디 캔디


"괜찮아? " 

스스로에게 차례 물었다? 괜찮지 않기도 하고 괜찮기도 했어. 혼이 빠진 하기도 하고 어깨가 무거워 지며 한없이 아래도 내려가는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비교적 괜찮은 사실이었어. 이럴 땐 초특급 절망의 롤러코스터에 몸을 실었던 때가 고맙다고 해야 할까? 힘이 빠지는 피해갈 없었으나 땅굴파기의 신공을 발휘하여 솟구쳐 올라봤기 때문에 지금의 일도 그럴 있겠다는 믿음이 자리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지. 

그러니, "괜찮아." 시시때때로 요리죠리 꺼내어 쓰려던 든든한 뒷배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어도 눈물이 날 정도는 아니었다. 울어서 해결될 일이면 펑펑 울겠어. 날아간 데이터가 기적처럼 복구된다거나, 감정의 응어리가 풀린다면 기꺼이 울겠어. 어느 쪽도 아니란 걸 알았으니 끝, 흘려 보내자. 안의 것을 다시 길어 올리는 일이 외로운 싸움이고 힘들겠지만. 

"그래도 괜찮아!"



"괜찮아. 다시 하면 되지." —미션임파서블 2


<미션임파서블 2>였던 것 같아. 천재 과학자의 발명품이 양면의 칼날처럼 세상을 구할 수 있음과 동시에 혼란으로 몰아갈 위험이 있는 거였어. 톰크루즈는 그 과학자는 구했지만 발평품은 악당에게 뺴앗기고 말았지. 그 순간 그 과학자가 중얼거린 거야. "괜찮아. 다시 만들면 되지." 물건을 훔쳐 빠르게 달아나던 악당이 그 소리를 듣고 과학자에게 총을 쐈어. 

슬픔을 딛고 서려던 내가 번뜩 이 장면이 생각났어. 그리고 나도 똑같이 되내였어. 자기 최면을 걸며. "지선아, 괜찮아. 다시 하면 되지." 그 순간 용기라는 감정이 비죽 올라 오더라고. 오늘 나의 대참사 사건을 들은 친구는 내 안에서 나온 거니 분명히 다시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따뜻한 말을 건내주고, 한솥밥 먹는 우리집의 어르신은 갓 지어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고봉밥을 떠 주시며 든든히 먹고 힘내라고 해주셨어. 곁에서 응원해 주는 사람이 있는 건 축복인 것 같아. 그리고 스스로 다짐하고 선언하며 행동으로 옮기는 건 거센 태풍이 와서 흔들릴 지언정 뿌리뽑히지 않는 자력을 키우는 일인 같아. 

"그러니 괜찮아. 다시 하면 되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스칼렛이 찬란한 노을 빛을 맞으며 그랬잖아.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꺼야"라고 결연하게 말했지. 부유했고 지독히 아름다웠지만 비운을 맞이해야 핬던 여성이 역경을 헤쳐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였어. 오해를 받더라도 개의치 않고 자기 할 일을 억척스럽게 하는 것, 생존을 위해선 마땅한 일인 것 같아. 관계를 원만히 유지하며 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어떻게 매번 다 좋고 훌륭할 수 있겠어. 안 그래?

저 세상으로 가버린 데이터 때문에 좌절하지 않겠어. 왜?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테니!"



“성誠은 자기 자신을 이루는 것이고 도道는 자기를 인도하는 것이다. 정성은 만물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유지하는 원동력이다.” —중용


'(침울하게)또 하루가 시작되었네..' vs '(활기차기)또 하루가 시작되었어!' 

이 둘은 달라도 너무 다르잖아? 아무리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고 해도 사람 마음가짐에 따라 참 다르게 펼쳐지는 하루야. 내가 어느쪽에 서서 하루를 시작하느냐에 따라서 무기력한 하루가 될 수도 있고 충만한 하루가 될 수도 있어. 여기서 중요한 건 바로 내가 Key라는 거야. 내 결정에 따라 좌지우지 되는 거니까. 

잠들기 전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았는지 돌이켜 생각하고 내일을 어떻게 살 것인지 마음먹지. 맞아. 마음먹는 건 가벼운 생각이라기 보다 결연한 의지가 깔려 있는 거야. 자고 일어나서 떠오르는 태양과 함께 나의 하루를 정성스럽게 살아가기 위해 스스로 다짐하는 거지. 그래서 정성을 담은 행동, 즉 성실하게 실행해 나가면 자기를 이루게 되어 있어. 그렇게 뚜벅뚜벅 걸어가는 길에서 방향을 잡아가게 되어 있어. 그래서 뭐다? 성실함은 나를 이루고 유지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성실하자!"



"세 번 생각한 후 실행에 옮기는 이에게, 공자는두 번이면 된다고 했다."
—논어ㆍ공야장


그래. 내가 너무 뜸들였지? 

뜸을 하도 들여 이미 곤죽이 되어버렸겠어. 폰이 초기화 된건 경종을 울린 거였어. 뜸들이기를 몇 년간 하기도 하고 폭발적으로 내뱉기도 하며 경험치를 쌓아 왔잖아. 앞으로는 숨 쉬듯 뱉어 내자. 그래도 괜찮을 거야. 여러 차례 확인의 과정을 거쳤으니 저만치 빗나간 뻘짓은 하지 않을 거란 걸 알고 있어. 해봤는데 아니면? 말지 뭐! 꼭 길이 하나란 법은 없잖아? 

"생각에 갇히지 말고 몸을 움직이자!"



“오직 천하의 지극한 정성이라야 능히 변화시킬 수 있다.”  —중용


지금과 같기 바라? 아니면 더 멋진 인생을 원해? 

현재의 위치와 나이에 따라 정말 많이 다른 답이 나올 것 같아. 근데 누구나 유지하고 싶은게 있고 확 엎어버리고 싶은게 있잖아. 유지하는 데는 지속하는 힘이 필요하고 변화를 일으킬 때는 충돌하는 새로운 에너지가 필요해. 그런데 유지한다는 건 지금과 똑같을 수는 없지.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우리는 그 변화의 물살 속에서 계속 나아가니까. 멈추는 순간 물 아래로 빠지거나 물살에 휩쓸려 나의 길을 잃게 되거든. 그러니 유지한다는 건 멈춰 있는게 아니라 유지하기 위한 그 지점을 붙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 결국 경우 모두 지극한 정성이 필요한 거지. 

길을 잃고 싶지 않다면, 변화를 일으키고 싶다면?

"계속 움직여. 언제까지? 될 때까지!"



"군자는 말은 신중하게 하고 행동은 민첩하게 한다." —논어ㆍ이인


쉽 없이 뱉어내며 살기로 했다.

아끼다가 똥 된 격이잖아. 그 많은 것들이 잘못된 클릭 한번으로 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되었으니. 새드 스토리임이 분명하지? 자료정리도 쉽없이 하고, 나를 드러내는 것도 쉼 없이 하(려 노력하)려고 해.

그래서 브런치스토리에도 글을 계속 올릴까 해. 여러가지 형태로 내 그날의 느낌에 충실하며. 맞아. '메니페스토manifesto', 나 지금 선언하는 거야. 군자는 말은 신중하랬는데 내겐 지금 말을 뱉어 내어 그 약속을 지키게끔 채찍을 들고 강제 수행을 할 때라는 생각이 들어. 그게 수신修身의 길이고. 뱉은 말에 부끄럽지 않게 행동도 민첩하게 해보려 해. 

"브런치스토리에서의 활동을 기대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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