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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cropsia Jul 03. 2024

공포, 편도체, 그리고 생존

우리는 생존 기계다.

동물들이 공포를 느끼는 순간이 있다. 바로 포식자의 존재를 감지했을 때이다. 포식자의 존재는 자신이 먹이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가능성이 실현되는 순간 이미 자손을 만들었다면 다행이지만 아직 자손을 남기지 못했다면 자신의 유전자를 남길 기회를 잃어버릴 것이다. 영국의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슨은 자신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우리는 생존 기계다. 즉 우리는 유전자로 알려진 이기적인 분자들을 보존하기 위해 맹목적으로 프로그램된 로봇 운반자들이다. 아 사실은 아직도 나를 놀라게 한다.”


그렇다면 공포를 느끼는 것은 생존에 도움이 될까?


세렝게티 초원의 얼룩말을 떠올려보자.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던 얼룩말 무리가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사자를 발견하고는 놀라서 반대 방향으로 달려 나간다. 여기서 작동한 시스템은 ‘놀람반사(startle reflex)’이다. 이 놀람반사에는 공포 중추라고 알려져 있는 편도체(amygdala)와 관여한다. 편도체가 대뇌의 판단을 거치지 않고 공포 신호를 빠르게 몸의 근육까지 전달해서 달아나는 것이다. 편도체는 파충류의 뇌로도 알려져 있는데 최근 연구는 제브라피시(zebrafish)의 뇌에도 편도체가 존재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Journal of neuroscience research vol. 94,6 (2016): 445-462]. 그만큼 진화 과정에서 사라지지 않고 잘 보존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아까 사자의 반대 방향으로 달려 나간 얼룩말은 어떻게 되었을까? 다행히 도망친 곳에 다른 사자가 없었던 얼룩말은 살아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도망갈 길목에 다른 사자가 숨어있었다면 사자의 먹잇감이 되어버렸을 것이다.


'긴장성 부동(tonic immobility)'이라고 하는 시스템도 있다. 놀람반사와 마찬가지로 공포에 반응해서 편도체가 관여를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아나는 것이 아니라 얼어붙어 버리는 것이다. 하늘에 떠 있는 매를 발견한 들쥐는 달아나는 선택보다는 매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서 얼어붙어 움직이지 않는 쪽을 선택할지도 모른다. 생존의 결과는 매가 눈치를 챘는지 아닌지에 달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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