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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cropsia Aug 01. 2024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씹기와 불안

 씹는 근육, ‘저작근’이라고 하는데 다섯 번째 뇌신경인 ‘삼차신경(trigeminal nerve)’이 저작근들을 조절한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라는 말이 있지만 사실 이가 없으면 건강에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데다가 그나마 잇몸으로라도 씹으려면 저작근의 도움이 필요하다.


 씹는 행위는 먹이를 먹기 위해서만 하는 동작이 아닐 수도 있다. 반려견을 키워보신 분들은 공감하실 텐데 개들은 스트레스와 불안을 느끼면 무언가를 씹어댄다. 그래서 집안의 소파, 가구들이 아작 나기도 한다. 그런 일을 막기 위해 개들한테 개껌을 씹으라고 던져주는데 개껌을 씹는 것만으로도 개들이 불안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사람들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누군가를 씹어대면서 맥주 한잔과 함께 마른오징어를 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 그 이유를 짐작해 볼 수 있는 연구가 있다. 호주 스위번대학 연구팀은 22~40세의 성인에게 껌을 나눠주고 난이도가 높은 문제를 풀도록 한 뒤 스트레스를 측정했다. 연구 결과, 껌을 씹으며 문제를 푼 사람에게서 스트레스 수치가 낮았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도 감소했다고 한다. 껌을 씹는 것으로 불안감이나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경기 중 줄기차게 껌을 씹는 타이거 우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퍼거슨 감독, 그리고 많은 야구선수들의 모습 뒤에는 나름 과학적인 이유가 숨어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불안이 거꾸로 저작근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지속적인 불안에 노출되면 저작근의 긴장도가 증가한다고 한다(hyperactivity). 그러면 턱 주변, 측두 부위에서 통증을 느낄 수도 있고, 턱관절 장애도 발생할 수도 있다. 이갈이도 잘 때 저작근이 충분히 이완되지 않고 수축해서 발생하는 현상인데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불안과 스트레스가 심한 사람에게서 이갈이 증상이 더 흔하게 나타났다고 한다. 스트레스 받아 씹더라도 저작근을 잘 풀어주면서 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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