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인스타그램에서 ‘macropsia’라는 아이디를 쓴 지가 꽤 오래되었습니다. 브런치 계정을 만들 때도 별 고민 없이 인스타에서 사용하던 아이디 그대로 계정을 만들었습니다.
macropsia는 ’macro-‘와 ‘opsia’ 두 단어가 합쳐진 말인데, ‘macro’는 ‘매우 큰’이라는 뜻이고 ‘opsia’는 ‘시각’이라는 뜻입니다. 매우 큰 시각? 이렇게 쓰고 보니 바로 이해하기 쉽지 않습니다. 부연 설명하자면 사물이 실제 크기보다 크게 보이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예를 들자면 백 원짜리 동전의 지름은 24mm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백 원짜리 동전을 그 정도 크기로 인식하는데 어떤 경우에 그것보다 크다고 인지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거시증이라고 하고 영어로는 ‘macropsia’라고 합니다.
전공의 1년차 시절에 오른쪽 측두-후두엽 부위에 뇌경색이 발생해서 입원한 64세 남자 환자를 맡았었습니다. 보통 이런 경우 좌측 시야가 잘 안 보이는 증상이 발생하는 게 대표적인데 이 분은 이상하게도 좌측 시야에 보이는 것들이 우측보다 다 크게 보인다는 증상을 호소했습니다. 당연히 저는 1년차였기 때문에 드문 증상이라는 것을 몰랐고 주치의 교수님이 경험하기 어려운 드문 증상이니까 증상을 잘 기술해 두었다가 증례 보고(case report)를 하자고 하셨죠. 1년차 전공의 입장에서는 매우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물체가 크게 보인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일이라서 더욱 그랬던 것 같습니다. 이후 ‘macropsia’라는 단어는 저에게는 특별한 단어가 되었고, 세상이 크게 보인다는 것은 세상을 더 자세히 볼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macropsia’를 온라인 세계에서 저를 나타내는 아이디로 사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