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단어가 잘 안 떠오른다 ‘, ’ 말을 하다 보면 처음에는 괜찮은데 나중에는 말이 어눌해지는 것 같다 ‘, ’ 건망증이 심해지는 거 같다 ‘, 등등 수많은 이유로 자신이 치매가 아닌지 걱정이 생겨서 병원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꽤 많다.
지난 글에서 인간의 자연수명은 38세 정도로 추정된다는 연구결과를 소개했었다. BBC의 기사에 따르면 1840년대까지만 해도 인간의 평균 수명은 40세 초반대에 불과했다고 한다. 빅토리아 시대(1837~1901)에 접어들면서 개인의 위생과 영양상태, 주거 수준 등이 크게 향상되면서 1900년대 초에 이르러서야 평균 기대수명은 60세에 다다랐다고 전한다.
https://www.bbc.com/korean/features-50182565.amp
치매는 나이가 들수록 유병률이 높아지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2022년 발표에 따르면 2021년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총 857만 7,830명, 이 중 추정 치매환자수는 88만 6,173명이었다. 치매유병률은 10.33%에 달했다. 그렇다면 평균수명이 낮았던 시대, 즉 65세 이상의 노인들이 많지 않았던 시대에는 치매라는 질환이 흔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치매에 걸린 사람들을 돌보는 것이 심각한 사회적인 문제로 여겨지진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아마도 치매에
대해 불안해하는 정도는 지금보다 덜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물론 당시에 치매 유병률에 대한 정확한 통계 자료가 없으니 그랬을지 않을까 추정만 해보는 것이다.
산업혁명 이전 시대에는 대가족 중심의 사회였기 때문에 집안에 나이 많은 어르신이 치매에 걸렸다고 하더라도 가족 구성원들이 나누어 간병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래서 가족이 많은 집안에서는 간병의 짐이 오롯이 한두 명에게 집중되는 일은 드물었을 것이다. 물론 ‘긴병에 효자 없다’라는 옛 속담이 있는 것으로 보아 옛날에도 간병은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사람들이 치매에 걸리면 어쩌나 불안해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 첫 번째 이유는 아마도 현재로서는 완전히 치료하는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물론 최근 들어 항체치료제가 개발되기는 했지만 이 치료제도 완치를 시킨다고 보기는 어렵고 부작용 이슈도 있어 제한점을 가지고 있다. 두 번째 이유는 가족들에게 부담이 되면 어쩌나이다. 자식이 하나 아니면 둘인 경우가 대부분인 시대인데(곧 하나 아니면 없는 경우가 기다리고 있다), 자신이 치매에 걸려서 자식들 발목을 잡는 일이 생기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아래 기사를 확인해 보자.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33120#home
현실이 저러니 어떻게 불안해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자녀들은 손주들 사교육비 감당하느라 등골이 휘는데 부모가 치매에 걸려 간병비까지 감당해야 하는 일이 벌어지면 웬만한 부자가 아닌 다음에야 가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처럼 질병은 개인에게 발생하고 있지만 질병에 대한 불안은 개인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면서 사회로 불안이 전염되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