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질병관리청 발표에 따르면 한국 성인의 흡연율은 2022년 현재 17.7%이다. 흡연율은 남자 30.0%, 여자 5.0%로 성별 차이가 매우 크다. 뇌혈관질환, 뇌경색 환자들을 주로 진료하던 입장에서는 체감상 이것보다는 높게 느껴진다. 급성 뇌경색으로 입원하면 꼭 확인하는 것들 중에 하나가 흡연 유무이고 흡연자일 경우 금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흡연의 문제점들이 최대한 무섭게 느껴지도록). 그러면 옆의 보호자(아내 또는 딸)는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환자에게 잘 들으라고 윽박지르면서 나의 설명에 매우 만족하는 표정을 지어준다. 입원 중에는 병원 전체가 금연 구역이니까 담배를 피우지 못하기도 하고, 뇌경색 증상이 심한 환자들은 거동할 수가 없어서 마음은 피우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못 피우기도 한다. 그런데 증상이 심하지 않은 환자들 중에는 몰래 밖에서 피우다가 의료진에게 들키기도 한다.
퇴원을 한 뒤 입원하면서 시작했던 금연을 잘 유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결국 다시 흡연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이들이 하나같이 하는 이야기 중 하나는 "술은 끊을 수 있겠는데, 담배는 안되네요"이다. 그러면서 나한테 '미안하다'라고 하는데 사실 나에게 미안해할 일은 아닐 것이다. 통계를 내보지는 않았지만 흡연 기간이 긴 나이 많은 사람들이 더 그런 경향이 있는 거 같다. 아래 기사가 도움이 될 듯하다.
http://www.mo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7565
담배 한 개비에는 2mg 이하의 니코틴이 함유되어 있는데 담배 연기를 한 모금 마시면 0.1∼0.2mg의 니코틴이 흡수된다고 한다. 흡수된 니코틴은 혈류를 통해 빠르게 분포되고, 흡입 후 10~20초 정도면 혈액-뇌 장벽(Blood-Brain Barrier)을 통과해 뇌에 도달한다. 니코틴은 뇌세포의 니코틴 수용체에 결합되어 도파민 분비가 일어나게 유도한다. 결국 담배 중독은 요즘 말로 "도파민 뿜뿜" 중독이라고 할 수 있다. 니코틴의 반감기는 약 두 시간 정도다. 니코틴 의존성이 생긴 흡연자 경우 흡연한 지 두 시간 이상이 지나면 니코틴 농도가 떨어지니까 다시 흡연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는 것이다.
외래 진료실에서 담배를 왜 못 끊는지 물어보면 각자 사연이 다양하다.
대형화물차 운전을 하는데 시간 내 목적지에 도착해야 되니까 중간에 휴게소에서 충분히 쉬기가 어렵다. 그러다 보니 졸음운전으로 사고 날까 봐 불안하고 잠을 쫓느라 피울 수밖에 없다.
송배전 시설 설치하는 업무를 하는데 부하직원하고 손발이 안 맞으면 사고라도 날까 봐 불안하고 화가 나서 담배를 피운다.
캐디 일을 하는데 진상 손님들이랑 라운딩 하는 경우에는 더 담배를 찾게 된다.
사업하는데 술 접대 하는 일이 잦다 보니 스트레스받아 피울 수밖에 없다.
공황 발작을 경험한 후로 불안해서 끊을 수가 없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하는 일과 관련된 불안감 때문에 담배를 끊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는 일이라는 것은 개인과 개인의 관계이고, 사회와 연결된 일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금연을 못 하는 건 순전히 당신이 건강을 위해 조절(통제)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내가 이들에게 하는 조언은 담배가 피고 싶은 생각이 들었을 때 딱 '5분'만 기다려보라고 한다. 5분 뒤 피우고 싶은 생각이 사라지면 건너뛰고 여전히 피고 싶으면 그때 피우라고. 이 작은 조언이 그들의 불안감을 해소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것은 알지만 적어도 하루에 담배 1개비라도 줄였다는 이야기를 다음에 들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