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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peace Jul 25. 2024

78년생 정사생

"꿈의 메신저"

 호진은 늘 그렇듯 새벽 5시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잠을 설치며 게임을 했던 탓에 눈꺼풀이 천근만근이었다. 그는 힘겹게 일어나 얼굴을 씻고 어머니의 만두집으로 향했다.


 "이호진!  어제 또 늦게 잤니? 얼굴이 엉망이네."


어머니의 걱정 섞인 목소리에 호진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요, 엄마. 금방 나아질 거예요."


그는 재빨리 앞치마를 두르고 만두 빚기에 들어갔다. 손놀림은 익숙했지만, 피로 때문인지 오늘따라 만두 모양이 예쁘게 나오지 않았다.

오전 11시, 배달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점심시간 주문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네, 15분 안에 도착합니다!"


호진은 헬멧을 쓰며 힘차게 대답했다. 그의 하루 중 가장 바쁜 시간이 시작된 것이다.

오후 3시, 잠깐의 휴식. 호진은 만두집 뒤편에서 담배를 물었다.

피어오르는 연기를 바라보며 그는 생각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저녁 9시, 마지막 배달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온몸이 쑤셨지만, 그는 습관처럼 컴퓨터를 켰다.

"오늘은 일찍 자야지."라고 중얼거리며 게임에 접속했다.

새벽 2시, 호진은 겨우 침대에 몸을 뉘었다. 피로가 온몸을 덮쳤다.

그리고 곧, 그는 꿈속으로 빠져들었다.

... 어둠 속에서 한 여자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녀의 얼굴은 흐릿했지만, 눈빛만은 선명했다.

공포에 질린 듯한 그 눈빛이 호진의 가슴을 찌르는 것 같았다.

"도와주세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는 김연후라고 해요. 제발 저를 도와주세요."


갑자기 장면이 바뀌었다. 어두운 골목, 빗소리, 그리고 급하게 달려오는 발소리.

연후로 보이는 여자가 뒤를 돌아보며 달리고 있었다. 그때 뒤에서 검은 그림자가 그녀를 덮쳤다.

비명 소리와 함께 연후의 몸이 땅에 쓰러졌다.


"윽!"


호진은 식은땀을 흘리며 벌떡 일어났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꿈속 여자의 공포에 질린 눈빛이 아직도 선명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이마의 땀을 닦았다.


"젠장... 게임을 너무 많이 했나."

중얼거리는 목소리에 확신이 없었다. 호진은 자신의 말을 스스로 믿으려 애썼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이게 단순한 게임의 영향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꿈틀거렸다.

시계를 보니 5시 50분. 알람이 울리기 10분 전이었다. 호진은 한숨을 쉬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꿈의 기억을 지우려는 듯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지만, 그 선명한 장면들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화장실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며 호진은 깜짝 놀랐다. 핏기 없는 얼굴, 불안감으로 가득 찬 눈빛. 그는 냉수로 얼굴을 씻으며 계속 중얼거렸다.


"그냥 꿈이야. 아무 의미 없는 꿈일 뿐이야."


하지만 그의 내면에서는 의문이 꿈틀거렸다. '왜 하필 그런 꿈을? 왜 그렇게 생생하게?'

평소와 같이 옷을 갈아입고 어머니의 만두집으로 향했지만, 호진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머릿속은 온통 꿈 생각뿐이었다.

만두를 빚으면서도 그의 손은 자꾸만 떨렸다. 어머니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호진아, 오늘 더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구나. 몸이 안 좋니?"


호진은 억지로 미소 지었다. "아니에요, 엄마. 그냥 좀 피곤해서요."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선 혼란이 계속되고 있었다. '이게 정말 의미 없는 꿈일까? 아니면...' 그는 그 생각을 계속하기가 두려웠다.

배달을 나가면서도 호진의 정신은 온통 꿈에 빠져있었다. 신호등 앞에서 멈췄을 때, 문득 길 건너편에 서 있는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순간 그의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꿈에서 본 그 여자와 똑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김연후...?" 그가 무의식 중에 중얼거렸다.

신호가 바뀌고 여자가 길을 건너기 시작했다. 호진은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여자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오자 전혀 다른 얼굴이었다. 안도의 한숨과 동시에 더 큰 혼란이 밀려왔다.

'내가 미쳐가나?' 호진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이제 그 꿈을 단순히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마음 한 구석에서는 이 꿈이 단순한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날 밤, 호진은 오랜만에 게임을 켜지 않았다. 대신 천장을 바라보며 누워있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질문이 맴돌았다.

'김연후는 누구지? 왜 내 꿈에 나타난 걸까? 내가 그녀를 어떻게 도와줄 수 있다는 걸까?'

잠이 들기 직전, 호진은 결심했다. 내일은 이 꿈에 대해 좀 더 알아봐야겠다고. 그리고 그 순간, 그는 자신의 평범했던 일상이 영원히 변할지도 모른다는 예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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