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기회인가?
사장에 대한 동료들의 분노는 생각보다 깊이 박혀있었다.
나도 사장을 비난하는 생각이 커졌고 그래도 내가 열심히 해서 얻어낸 팁인데 홀랑 다 빼앗길 순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사장이 홀에 나와서 직원들 관리를 하지 않는다는 점인데, 하는 행태가 무슨 음지에 숨어 양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뒷골목 조직 보스 같았다. 실상은 한•중 드라마 전부를 섭렵하고 있었지만.
나는 고객들에게 팁을 따로 받기 시작했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보통은 결제할 때 음식값을 얘기해 주면 거기에 얼마 더 얹어서 계산해 달라 얘기를 하는 편인데, 이 식당이 팁을 사장이 쓸어간다는 게 소문이라도 난 건지 고객들이 매번 물어보더라.
‘근데 너네 팁 사장이 다 가져간다는데 그거 맞아?’
다른 서버들은 거기서 그냥 ‘어, 우리 팁 안 받아.’ 이러면서 사장 욕을 같이 하고 끝냈었나 보다. 나는 오히려 다르게 얘기했다.
‘팁을 나눠주긴 하는데 온전히 내 팁으로 챙기지는 못해. 그러나 네가 나에게 개인적으로 주는 거라면 사장도 터치하지 못해. 무슨 말인지 알지?‘
라며 너스레를 떨어봤다.
그렇게 내 주머니에 팁이 점차 늘어갔다.
그렇다고 너무 속 보이게 모든 고객들에게 할 순 없었다. 다만 동료들에게도 그런 식으로 유려하게 응대를 해보라고 알려줬다. 그러나 항상 과한 사람은 나오는 법.
한 친구가 손님마다 그렇게 얘기하다가 사장에게 걸려 쫓겨났다. 그 일이 있은 후 사장이 안 하던 팁 검사를 하기 시작했다. 팁이란 게 사실 날마다 들쑥날쑥 들어오는 부분인데 본인만의 계산법을 내세우며 ‘오늘 팁이 이거밖에 안되나?’ 하며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곤 하는데 기분이 참 더럽더라. 누가 보면 돈을 훔친 줄 알겠다.
아니, 누군가는 훔치고 있더라. 탈세를 대놓고 하던 이 한식당은 포스 기를 사용하지 않았기에 전부 수기로 작성을 하는데 항상 영업 종료 후 직원들끼리 영수증을 정리해 가진 돈과 영수증을 맞춰보고 사장에게 검사를 받았다. 그러다 보니 주문지마다 술 3병 판 것을 2병으로 줄여 그만큼의 차액을 몰래 호주머니에 넣는 것을 보았다.
워낙 장사가 잘 되는 곳이었기에 술 몇 병 빠진 것은 사장도 알 턱이 없으니. 나는 차마 양심에 찔려 그 퍼포먼스에 동참하지 않았다. 대신 나의 한국스러운 유머 중 독일인들에게 어떤 것이 먹히는가를 실험했다. 유머는 더 많은 팁을 꺼내도록 만드는 마법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계산을 하는데 한 손님이 나에게 명함을 건넸다. 자기가 베를린에서 식당을 여러 개 하는데 관심 있으면 자기랑 일해보지 않겠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