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면 다 된다
내가 계약한 집은 소위 ‘깡통집’이었다.
가구는 당연히 없었고 화장실 부엌도 사실 내가 스스로 설치했어야 했다. 다행히도 전 세입자가 부엌은 그대로 놓고 가는 바람에 지출을 줄일 수 있었다.
나는 꽤 오랜 기간 싱글 사이즈 침대보다 큰 곳에서 자본 일이 없었다.
이십 대 후반쯤 독일에 와서도 항상 룸메이트랑 살다가 드디어 혼자 살 집을 구했을 때쯤 나도 한 번 퀸사이즈 침대에서 넓게 대자로 뻗어 자보고 싶었다.
나는 직업도 없이 알바로 연명하며 하루살이처럼 살 때라 나에게 퀸사이즈 침대와 매트리스는 샤넬백처럼 비싸보였다. 그래서 독일의 당근 마켓 같은 곳에서 이사를 한다고 본인 침대틀을 20유로에 넘긴다는 사람과 연락해 목장갑 한 쌍만 들고 찾아갔다.
그런데 막상 퀸사이즈 침대를 들고 갈 생각을 하니 내 상상이상으로 더 거대해 보이더라.
침대 판매자는 반갑게 맞아주었다.
“이 침대야! 꽤 새거라 상태는 좋아! 차는 어딨어? 내가 거기까지 같이 들어줄게.”
“나 차 없는데?”
“응?? 그럼 이걸 어찌 들고 가려고?”
“음.. 혹시 드라이버랑 박스 테이프 있어?”
나는 그 자리에서 침대틀을 해체하기 시작했다. 분해를 하고 보니 나보다 덩치가 큰 사람 하나 정도의 크기와 두께가 되었다. 판매자는 옆에서 이걸 들고 갈 수 있네 마네 하며 혼자서 견적을 뽑았다.
나는 침대틀을 전부 해체해 한 곳에 모은 후 테이프로 칭칭 동여맸다. 그 상태로 공사장 작업처럼 어깨에 인 상태로 지하철로 향했다. 이미 지하철 역에 도착했을 때 내 몸은 땀 홍수가 남 상태였다.
사람들 전부 신기한 듯 쳐다봤고, 이럴 땐 안면몰수 하는 것이 장땡인지라 그 누구에게도 시선을 주지 않고 묵묵히 집 근처 지하철 역까지 갔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집과 역 사이엔 무조건 버스로만 가야 하는데 버스로 2 정거장이다. 근데 버스가 나와 함께한 내 소중한 침대틀을 승차거부를 하였다.
“그거 들고 못 타.”
“왜?! 나 2 정거장만 타게 해 줘.”
“유감이지만 안 돼.”
“이거 묶어놔서 괜찮아. 그냥 사람 한 명 더 탄 거라 생각해 줘. 제발.”
버스는 그대로 문을 닫으며 떠나갔다.
이제 남은 건 그걸 이고 걸어가는 것뿐.
실거리 2.3km였는데 체감은 거의 230km더라.
이미 지하철 역 이동동안 힘을 다 빼버린 나는 버스 기사 욕을 하며 5분 걷고 10분 쉬며 그 짧은 거리를 약 1시간 동안 걸었다.
집이 시야에 들어왔을 때 그 쾌감은 진짜 다시는 경험 못할 짜릿함이었다.
그 첫 경험은 나에게 ‘하고자 하면 다 된다’라는 자신감을 심어줬고, 그렇게 세탁기, 냉장고, 식탁, 옷장등 나만의 공간에 나만의 가구들을 채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들어간 이사 비용은 300유로가 안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