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윰을 가득 담아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다
우리는 승무원 부부였다. 나는 일을 하면서도 여행을 하고 멋진 유니폼을 입고 출퇴근하는 일상을 즐겼다. 마치 나의 인생이 통째로 업그레이드가 된 것 마냥 자아도취에 빠져 잠시 의기양양했던 20대를 보냈다. 짧았지만 아주 강렬했던 경험으로 삶의 가치관, 신념, 사랑, 관계 등 복잡하고도 정리되지 않은 어리숙한 나를 다듬어준 지난날의 소중한 시간이다. 굳이 정리하자면 나는 다시 태어나도 승무원이 되고 싶다. 아름답고 예뻤던. 그리고 그때의 경험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결혼 전, 기혼 선배들의 육아와 자녀교육은 나에게 큰 관심사가 아니었다. 당시 깊게 공감하지 못한 부분들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시간이 흐르면서 하나둘씩 떠올랐다. 기억나는 기장님이 계신다. 가족들을 괌으로 조기유학을 보냈었고 오프 날이 되면 항상 가족들을 보러 가신다고 하셨다. 만약 지금이었다면 나는 기장님께 수많은 질문을 했을 것 같다. 어렴풋이 생각나는 기장님의 말씀은 단순히 교육이 아닌 아이들에게 더 많은 경험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하셨다. 이제는 이러한 과정과 선택들이 조금씩 이해가 된다.
우리 남편은 영국에서 유학생활을 했었고 다양한 국제교류 경험이 많은 사람이다. 취업 전 해외여행이라고는 동남아가 전부였던 나에게 남편의 경험들은 매우 흥미롭게 들려왔고 나에게 해외살이, 유학은 꼭 해보고 싶은 도전이자 버킷리스트가 되었다. 그 후 정확히 언제부터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유학/ 이민은 늘 우리 마음속에 계획되어 있었고 당연한 우리 미래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아이들은 자라고 드디어 결단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