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um Jul 17. 2024

사운드의 정점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

사운드의 끝판왕

오늘 소개할 영화는 바로 한국에선 개봉한 지 1년도 안 된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이다.

원래 맨 첫 번째 글을 이 영화로 쓰려고 했지만, 내가 쓴 글이 마음에 들지 않고 부족한 거 같아 보완하여 이렇게 올리게 된다. 이 영화를 보게 된 계기는 2024년 1월에 열린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때문이다. 한창 영화에 빠져서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영화로 도배되던 중, 영화에는 두 개의 중요한 시상식이 있다는 것을 들었다. 바로 '칸 영화제'와 오스카라고 불리는 '아카데미 시상식'. 대체로 칸 영화제는 예술성을 지향하는 영화제, 아카데미 시상식은 대중성을 지향하는 시상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요즘에는 아카데미도 예술성을 많이 지향한다고 한다)


그렇게 예전 아카데미 시상식에 상을 받았던 작품들을 살펴보던 중 문득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는 어떤 영화가 상을 받았지?'라는 궁금증이 생겼고 찾아보게 되었다. <오펜하이머>의 7관왕, <가여운 것들>의 4관왕, 그리고 <존 오브 인터레스트>의 2관왕을 보았고, 이 중 <오펜하이머>는 극장에서 보았기 때문에 <가여운 것들>과 <존 오브 인터레스트> 중 어떤 것을 볼까 생각하다 마침 영화관에서 상영하고 있는 <존 오브 인터레스트>를 보게 되었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장편국제영화상, 음향상'을 수상하게 되었는데, 영화 관람 전 평가를 미리 보았는데 하나 같이 음향에 집중해서 관람하라고 해 그 점에 집중하여 관람하게 되었다.


그럼 이제 리뷰를 시작하자면,

<존 오브 인터레스트> (2023)

감독 : 조나단 글레이저

영화의 분위기와는 너무 다른 정원의 모습

'영화관에서 봐야 할 영화 1위'라고 생각된다.

영화관에서 상영이 끝나고, 집에서 보았을 때 그 의미가 제일 퇴색되는 영화이다.

영화관의 웅장한 스피커와, 거대한 화면에서 영사 사고가 난 것으로 착각되는 연출, 일상적으로 보이는 스토리 라인, 이 3박자가 어우러져 설명하기 힘든 '역겨움'이 올라온다.


먼저 이 영화의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우리가 흔히 아는 2차 세계대전의 '홀로코스트'를 다루고 있다.

홀로코스트가 무엇인지 까먹은 사람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제2차 세계대전 중 특히 1941~1945년까지 있었던 나치 독일이 유대인에 대한 대량 학살을 벌인 끔찍한 사건을 뜻한다. 가스실, 총살, 강제 노동, 영양실조 등 다양한 방벙으로 살해되었고 유럽에 있던 9백만 유대인 중 6백만 유대인이 살해되었다고 한다. 지금까지 여러 방면에서 홀로코스트를 다룬 영화는 많았는데, 소설 '안네의 일기'와 2002년에 개봉한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피아니스트>가 대표적인 작품이다.


만약 여러분에게 

홀로코스트 영화를 어떻게 연출할 것 이냐?

라고 물어본다면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생각을 한 채로 이 글을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뒤에 이 질문에 대한 나의 생각도 나온다.


이 영화는 실제로 존재했던 홀로코스트를 관리하는 '루돌프 회스' 중령의 일상적인 모습을 다룬다.

나는 회스에 대해 아는 바가 없고 처음 들어봤지만, 영화가 끝나고 검색해 보니 인간이라 할 수 없는 쓰레기이다. 회스는 아돌프 히틀러의 측근이자, 가장 잔인하게 유대인들을 죽였던 '아우슈비츠 - 비르케나우' 수용소의 책임자였다. 특히 영화에서도 언급하였지만 머릿속에는 어떻게 하면 유대인들을 효율적으로, 또 빠르게 죽일지를 고민하는 사람이었다. 나치가 세력이 크지 않았던 시절에도 정치깡패로 일하며 살인까지 저지른 악인 중의 악인이라고 한다.


이 영화의 맨 처음에는 영사 사고가 난 것처럼 알 수 없는 음악과 검은 화면만 나온다. 체감 시감 5분 정도의 긴 시간 동안 검은 화면을 보여주는데(실제로는 2-3분 정도라고 한다), 검은 화면과 음악을 계속 들으니 어딘가 섬뜩한 느낌과 답답함이 들었다. 이러한 연출이 초반부터 '이 영화는 다른 영화와 다르구나'라는 점을 느끼며 앞으로의 영화 내용을 기대하게 되었다.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눈으로는 지극히 '일상적'이고 '평범'하다.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집 앞에 있는 정원을 꾸미며, 친구들과 함께 밥을 먹는.. 현재에도 어디든지 볼 수 있는 가정집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한 가족의 일상적인 모습을 CCTV로 촬영했다고 느낄 카메라 구도와 연출을 보여준다.

소리와 대비감을 이루는 시각

하지만 귀에 들리는 소리는 다르다

비명소리, 시체를 태우는 소리, 총 쏘는 소리 등등 알 수 없는 불쾌한 소리들이 계속 들린다. 이렇게 눈으로 보이는 것과 귀로 들리는 것의 이질감이 더 영화를 보는 나의 혼란스러움을 가중했다. 내가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의 차이를 느껴본 적이 없었는데, 감독님의 이런 연출은 색다르면서도 다음 장면에서는 어떤 소리가 들릴지 집중하게 되는 참신한 연출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중간마다 열화상 카메라로 '헨젤과 그레텔'을 표현한 연출은 소름이 돋았다.

다른 곳은 다 어둡지만 유대인들을 위해 먹을 것을 길가에 숨겨놓는 소녀의 모습에만 밝게 빛이 나는, 죽을 것 같은 힘든 상황에도 희망이 보인다는 느낌이 들었다. 찾아보니 실제로 존재했던 이야기이고, 그 이야기를 '어둠과 빛'을 대비하여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소름이 돋았던 열화상 카메라 연출

아까 전 물었던 "홀로코스트 영화를 어떻게 연출할 것 이냐?"의 질문 기억나는가?


우리가 생각하는 홀로코스트 영화와 이 영화는 다르다.

영화에선 자극적인 장면, 고통받는 모습들을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지만 청각으로 들려준다.

평소의 오감 중 시각적인 모습을 중요시하고, 제일 우선으로 여겼는데 잊고 있던 나의 청각을 다시 일깨워주는 느낌이 들었다. 청각이라는 요소를 극한으로 활용한 영화가 아닌가 싶다. 아카데미 '음향상'을 받은 것은 당연하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께서도 혹시 주변 영화관에서 아직 <존 오브 인터레스트>를 상영한다면 꼭 시간 내서 보시길 바란다. 영화관에서 봐야 제대로 보았다고 말할 수 있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 (2023)

감독 : 조나단 글레이저

★★★★☆

총평 :

배경 소리가 없었다면 너무 평범하다 하지만 귀의 소중함을 강하게 이끌어준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나도 헛구역질이 나오게 된다

영화에서 사운드라는 것을 이렇게 쓸 수도 있구나 생각된다

초반 3분, 피의 화면, 체온을 촬영한 기법은 대단한 연출이고, 참신했다

작가의 이전글 머릿속 도서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