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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자민버튼 Jul 29. 2024

시간은 계속 흐른다

2023. 11. 24.

어릴 때는 몰랐는데 나이가 들수록 점점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클리닉에서 연세가 좀 있으신 환자분들이랑 얘기하다 보면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점점 빨리 간다는 말이다. 본인은 나이가 든 것 같지 않은데 어느샌가 거울을 보면 어떤 할아버지가 하나 있다고 말이다. 나는 그분들에 비교하면 고작 30년밖에 살지 않았지만, 내 경험에 비추어 보아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말인 것 같다. 30대에 하루하루 지나가는 시간의 속도가 나의 10대 시절보다 훨씬 빠르게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가다 보면 80살에는 얼마나 시간이 빨리 갈까. 조금 무섭기도 하다. 눈 깜빡하면 어느새 80살 할아버지가 되어 있을 것만 같다.


그분들이 또 나에게 자주 하시는 말이 있다. "너는 나이 먹지 마" 그럼 나는 항상 되묻는다. "어떻게 하면 돼요?" 그러면 그분들은 "내가 그걸 알았으면 지금 이러고 있지 않겠지"라며 웃으면서 말씀하신다. 우리는 이미 정답을 안다. 누구도 벤자민 버튼이 아니고서는 나이 먹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처음에는 단순한 말장난처럼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안에는 나의 젊음을 부러워하는 그분들의 마음이 느껴졌다.


이런 생각을 자주 하다 보니 나의 지난 10대와 20대의 시절들이 너무 아깝게 느껴졌다. TV로 예능만 주구장창 봤던 시간에 책이라도 한 권 더 읽거나, 다양한 경험들을 해봤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과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요즘에는 TV보다도 스마트폰이 더 무섭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에 한 번 들어가면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이미 피드는 다 봐서 새로 볼 게 없는데도 계속 새로 고침을 하고 있고, 습관적으로 나도 모르게 자꾸 그 앱을 누르게 된다. 내가 핸드폰을 지배하는 건지, 핸드폰이 나를 지배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이런 문제에 관해서 최근에 "인스타 브레인"이라는 책을 아주 재밌게 읽었다. 스마트폰 없이는 살 수 없는 요즘 세상에 누구나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은 책인 것 같다.


물론 삶에 절대적인 정답은 없다. 온종일 TV만 본다고 실패한 삶이라고 할 수 없고, 매일 자기 계발한다고 성공한 삶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저 각자의 삶에서 자신이 원하는 정답을 찾아가면 된다. 하지만 내가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 생각을 하면서 사는 것은 중요한 것 같다. 지금 사는 삶이 내가 정말 원하는 삶인지도 모르고 그냥 살다가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떠한 삶을 살더라도 '아, 그때 내가 이렇게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부분들은 어쩔 수 없이 생길 것이다. 다만 나중에 80살 할아버지가 되어서 내 인생을 돌아봤을 때, 이 정도면 잘 살았다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을 정도의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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