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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하는 달라 Apr 16. 2024

기분 좋은 도전

아줌마 글쓰기 프로젝트


늦게 집에 돌아오니 현관 앞에 반가운 택배가 놓여있었다. 발신인에 「좋은생각」이 적혀있다.


지난달, 서울에서 걸려온 한 통의 전화는 의외의 좋은 소식을 전해주었다. 「좋은생각 생활문예대상 공모전」에서 '입선'을 했다는 결과였다. 기다리던 상장과 좋은생각 5월 호가 배달된 것이다.


 「좋은생각 생활문예대상」 은 매년 12월 1일부터 이듬해 2월 15일까지 열리는 생활수필 공모전이다. 대상, 금상, 은상, 동상, 장려상, 입선으로 100개의 작품을 선정한다. 올해도 5475편의 글이 모였다고 한다. 비록 '입선'으로 마지막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엄청난 경쟁률을 뚫은 것이니 일생일대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청소년기에 잠깐 접했던 '좋은생각'은 바쁜 삶 속에서 나와는 거리가 먼 매체였다. 더욱이 공모전에 무언가를 제출한다는 것은 도전과는 거리가 멀었던 나 스스로는 선택하지 않았을 방향이다. 모든 것의 시작은 <쓰는 하루>였다.


지난가을, 들썩이던 마음을 가라앉히고 싶어 글쓰기를 시작했다. 글쓰기에 관련된 책을 읽고, 좀 더 잘 쓰려면 공개를 해보라는 말에 블로그도 개설했다. 관심이 생기니 그동안 보이지 않던 정보도 눈에 들어왔다. '네이버 우리 동네' 공간에서 <쓰는하루>의 '글쓰게 17기' 모집 광고였다. 출판사를 겸하는 공간에서 '제3회 브런치북 출판프로젝트 대상'을 받은 작가님이 수업을 진행하신다고 했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나에게 꼭 필요한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니. 자기 계발에 돈 쓰는 것을 아까워하는 짠순이지만, 내 자리가 사라질까 얼른 강습비를 입금했다.


그렇게 만난 김한솔이 작가님은 앨리스를 이상한 나라로 이끌었던 토끼처럼 글쓰기라는 매력적인 세상으로 나를 이끌어주셨다.


4주간의 기초 글쓰기 과정이 끝나고, 에세이 쓰기에 돌입했을 때 작가님께서는 목표를 가지고 글을 써보자며  「좋은생각-생활문예대상」 을 소개해 주셨다. 공모전의 취지를 파악하고 역대 수상작도 읽어보았다. 평범한 듯하지만 코끝이 찡해오는 이야기를 원고지 10장 분량에 담아야 했다.


없는 이야기 만들어내 눈물 찔끔 자아내는 것은 무의미했다. 내가 곧 글이 되어야 했다. 교사로서 20년 넘게 생활하며 아이들과 함께 성장한 이야기를 담기로 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았다. 중언부언 이어지는 글에 작가님께서는 한마디로 정리해 주셨다.


'이 글에는 따로 한 편씩 써도 될만한 에피소드가 너무 많아요. 한 가지 이야기로 글을 써보세요.'


필요 없는 이야기는 빼고, 배운 대로 단어의 속성을 생각하며, 중복되는 단어도 확인해 고치고 고치기를 반복했다. 함께 글 쓰는 동기들과도 조언을 주고받으며 마무리했다.


그 사이 에세이 쓰기 수업이 끝났고 우리는 각자의 속도에 맞추어 공모전에 글을 제출했다.


감사하게도 동기 한 명과 내가 입선에 당선되었다. 작가님께서도 동기 여섯 중 두 명이 55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입상한 것에 크게 기뻐하셨다.


55 대 1이라니……. 숫자로 적어놓고 보니 실로 어마어마하다. 인생 가장 큰 이벤트였던 대학 입학도, 취업도 이런 경쟁률은 없었다.


인생이 계획한 대로만 흘러가면 재미가 없다더니, 뜻하지 않은 길에서 좋은 성과를 맞이하니 기쁨이 두 배이다. 나이가 들면서 생각도 굳어지고 몸도 내 맘대로 움직이지 않아 세상을 대할 때도 '안 해봐도 안다'라는 닫힌 마음이었다. 그 안에는 감추고 싶은 두려움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제야 깨닫는다.


안 해보면 모른다.

안 해보면 나에게 다가오는 것이 빛일지, 어둠일지 알 수 없다.


'도전'이라는 단어는 혈기왕성한 20대에 어울린다 생각했다. 멀리 왔다 생각한 때의 우연한 '도전'으로 앞으로 내가 만들어갈 세상은 좀 더 다채로운 색으로 물들 것 같다는 희망을 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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