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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당 개 n년 차 May 19. 2024

감성을 일으키는 것들

#19. 넷플릭스의 무모함을 보고 일어난 감성

 사실 프랑스 파리에서 가장 먼저 감성을 주었던 곳은 #6에서 전망 사진을 찍은 에투알 개선문이 위치해 있는 곳을 중심으로 나있는 회전교차로였다. 다만, 그 엄청난 사이즈로 개선문 꼭대기에 올라서도 사진에 다 담기지 않으며, 잘 알아보기도 힘든 이 파노라마 사진(마음에 들지 않아 사진을 쓸 생각을 안 했었다.) 뿐이라 활용할지 고민이 많았다. 위 사진의 도로는 파리에서의 첫 감성을 주었던 샹젤리제 거리를 포함하여 12개의 큰 도로와 연결되는 말도 안 되는 크기의 회전교차로이다.


 저녁이 아닌, 낮에도 구경하러 갔었는데, 12개의 큰 도로가 모이는 만큼 관광객도 많고, 도로의 차도 넘쳐나 매우 복잡해 보였다. 하지만, 개선문 구경을 마치고 주변을 둘러보다 회전교차로를 한 동안 쭉 지켜봤는데, 생각보다 차들이 정체 없이 원활하게 12개의 도로로 잘 빠져나가고 도로에서 막힘없이 들어왔다.

그 당시엔 면허도 없었고, 별 다른 감성 없이 크기와 아름다움만이 감성을 일으켰는데, 새로운 충격을 준 건 최근 읽은 '규칙 없음(No rules rules)'(바로 직전 글에서 소개한 넷플릭스의 기업문화를 담아낸 책)에서 다시 회전교차로에 대한 이야기를 보았을 때였다.


 기업 넷플릭스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F&R(자유와 책임, Freedom and Responsibility)를 강조하며 '규칙이 아닌 맥락으로 이끌어라.'라는 문장을 설명하며 파리의 에투알 개선문이 있는 회전교차로를 예로 든다. 이 엄청난 크기의 회전교차로에는 딱 한 가지의 규칙, '12개의 도로에서 들어오는 차에 우선권을 준다.'밖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시 기억을 더듬어 생각해 보니, 그 넓은 폭을 가진(약 10차선의 폭이라고 한다.) 교차로에 차선이 하나 그려져있지 않으며, 신호등, 통제인원도 단 한 명이 없었다. 정말 한 가지의 규칙만으로 그 큰 교차로가 통제되고 있는 것이다.(심지어, '잘' 되고 있다.) 창의적인, 위대한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도 엄청난 자유와 책임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넷플릭스의 창립자 '리드 헤이스팅스'가 매우 무모하다고 느껴지지만 우선 '나의 창의성'을 위해서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무모해질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리드 헤이스팅스는 넷플릭스의 단 한 가지 규칙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넷플릭스에 이익이 되는 생각과 실행만을 하라.'




 나에게 충격과 공포라는 감성을 일으킨 넷플릭스의 기업문화를 이어서 얘기하고 싶다. 저번 발행글부터 계속 글을 써 내려가고 있는 것을 보면, 충격과 공포뿐만이 아닌 많은 감성들을 나에게 일으키고 있나 보다. 기업 넷플릭스의 여러 무모한 기업문화, 규칙들을 볼 수 있었지만 책의 처음부터 대부분의 감성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넷플릭스의 규칙이 없는 규칙 중에 가장 먼저 소개된 '휴가 규정을 없애라.'는 나에게 잽이 아닌 강력한 훅으로 다가왔다. 더 깊이 들어가 더욱 충격이었던 것은 애초에 넷플릭스에선 어느 누가 일주일에 얼마나 일을 하는지 팀장도, 임원도, 심지어 대표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업무시간에 대한 '자유'를 주고, 맡은 업무에만 '책임'을 지라는 F&R, 이익이 되는 생각과 행동이라면 '다 괜찮다.'라는 문화가 정말 만들어져 있었다. 다만, 작은 의심이 들었던 부분은 분명히 이러한 방법, 문화에도 단점은 있을 것이고 그에 대한 일례도 나와 있었으나, 적어도 '규칙 없음'이 책에선 예시와 해결책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최근에 소개한 '크래프톤 웨이'에도 기업 크래프톤도 비슷한 형태의 문화를 만들고자 시도했으나, 결국 '사무실에 나와야 하는 시간대'를 정하는 등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또한 많은 시행착오(예시)와 함께 서술돼 있었다. 나는 크래프톤이 넷플릭스와 견주어도 충분한 창의성과 성과를 가진 기업이라 생각하며, 심지어 '나라 간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다름' 때문에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미국도 휴가를 쓸 때 눈치를 많이 본다고 하며, 자신의 이미지나 커리어를 위해 쓰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오히려 한국보다 보수적인 문화인 것 같기도 하다.)


 다시 휴가 규정으로 돌아와 얘기하자면 정말 미쳤(?)다. 휴가의 시점, 길이 전부 중요하지 않으며, 직속 상사 정도에만 통보를 하면 된다고 한다.(허가도 아니다.) 다만, 현재 하고 있는 업무에 대한 성과(기한, 수행도)만 잘 책임지면 된다고 한다. 물론, 처음엔 휴가 규정을 없애는 규정을 만든 대표도 직원들의 눈치를 보고, 직원들도 물론 눈치를 보며 휴가를 오히려 못쓰는 직원이 생기기도 했다고 한다.(오히려 언제, 얼마나 쓰라는 기준을 정해주지 않아서 생긴 문제라고 한다. 재밌는 현상이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대표'부터 정말 미친(?)듯이 휴가를 쓰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리드는 1년에 '최소' 6주를 휴가에 사용한다고 했으며, 임원들을 적극 독려하여 과감한 휴가 사용의 예시를 만들어 냈다고 한다. 그러면서 본인 업무에 대한 확실한 책임을 보여주고, 대표조차도 넷플릭스에 이익이 되지 않으면 해고에 자유롭지 않다는 모습을 보여주며(일례가 책에 나온다.) 제대로 된 해결책을 만들어 냈다고 생각이 들었다.(업무시간에 대한 부분은 여전히 의심이 든다.) 책에 나와있는 서술뿐이지만 그 과정 안에서 리드와 모든 직원들은 당연하고 또 유쾌하지만 진지해 보였다. 이러한 것들이 모여 효과적으로 넷플릭스의 창의성과 수많은 이익을 만들어 냈고, 전 세계의 문화를 이끌어 나가는 원동력을 만들어내지 않았을까라는 추측을 조심스레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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