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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분한 초록색 May 02. 2024

학부모 상담

요즘 학교 생활

지난주 금요일, 학부모 상담을 위해 학교에 갔다.

상담 신청란에는 방문상담과 전화상담 중 편한 것을 선택하게 되어 있었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방문상담을 선택했다.


망설였던 이유는

‘아이에게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상담 신청을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라는 뉘앙스의 알림장을 받았다는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5학년 즈음 되면 상담 신청을 하지 않는 부모도 꽤 있다고 들었다.

엄마들이 말했다.

상담신청을 하면서도 괜히 눈치가 보인다고.

‘선생님이 귀찮아하는 건 아닌가?’하고.


다행히 우리 반 담임선생님은 그런 언급 없이 그저 학부모 상담기간이니 신청서 작성해 달라는 알림장을 보냈다.

군더더기 없이 전달사항만을 전하는 게 마음에 들었다.


엄마들을 만나면 으레 나누는 인사가,

“상담 신청 했어요?”

“언제 가요?”

“방문으로 했어요, 전화로 했어요?”

"상담은 잘했어요?"등의 말들로 바뀐 한 주였다.



학교로 가기 전, 인터넷을 통해 상담 시 하면 좋은 질문과 이야기들에 어떤 게 있는지를 검색해 본다.

해마다 하는 상담인데도, 해마다 나는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몰라 고민한다.

그러면서도 또 해마다 상담을 신청하고 비슷한 얘기들을 나누고 돌아온다.


아이들이 빠져나간 학교는 텅 빈 듯 고요하다.

조금 일찍 도착해 복도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기다렸다.

다행히 방문상담을 신청한 엄마가 나만 있는 건 아니었다.

내 앞의 엄마가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교실 창문을 통해 보였다.


물어보고 싶은 얘기가 딱히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굳이 방문 상담 신청을 한 이유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종의 관심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늘 그렇듯 선생님은 칭찬의 말만 하신다.

(내 아이가 특별히 잘해서가 아니라, 대부분 큰 문제가 없으면 다들 칭찬의 말만 듣는 듯싶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한다.

어쩌면 나는 이 말을, 아이에 대한 칭찬을 듣고 싶어서 매번 상담을 가는 건지도 모르겠다고.


잘하고 있다고, 별 문제없다는 말이 듣고 싶어서 왔습니다. 격려가 필요합니다.



매해, 내가 묻는 말이나 내가 듣는 말은 늘 비슷비슷하다.


그럼에도 나는 내년에도 역시나 또 굳이 방문상담을 신청해서 갈지도 모른다.

마음의 위안을 얻고 싶기 때문이겠지.


나는 잘하고 있다. 내 아이도 잘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

엄마도 위안이 필요하니까.



<이미지 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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