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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분한 초록색 Apr 26. 2024

화요일의 언니들

에버랜드 나들이

늘 아이와 함께였던 에버랜드.

처음으로 가족이 아닌 나의 친구들과 함께 한 에버랜드 나들이.


놀이기구를 타겠다는 굳은 의지보다는 그저 풍경을 감상하며 설렁설렁 거닐었다.

튤립은 거의 다 시들었고, 오전의 기온은 매우 쌀쌀했지만.

즐거웠다.


산리오 캐릭터들을 보니, 역시 아이와 함께 또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는 차 안에서 누군가 준비해 온 음식들을 먹고,

지치지 말고 잘 놀자는 뜻으로 비타민도 한 알씩 야무지게 챙겨 먹었다.


에버랜드 안은 소풍을 온 학생들로 가득했다.

그 틈에 나이가 제각각인 우리가 섞여있다.


내가 좋아하는 폼폼푸린과 아이가 좋아하는 포차코


일본어를 배우면서, 다시 공부를 하게 되었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워킹홀리데이로 일본을 갔다.

다녀와서는 기껏 익힌 일본어를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주말 프리토킹 모임에 나갔다.

그곳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중학교 선배의 소개로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렇게 시간이 순식간에 흘렀다.


“나이가 어떻게 되나요?”라는 말이 일본어로 뭐였더라?

하고 많은 문장들 중에 왜 저 문장이 생각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이를 묻는 말이 뭐였는지, 그 간단한 말조차 금방 생각이 나지 않을 만큼 많은 것을 잊어버렸을 때,

다시 일본어를 시작했다.


아이가 다섯 살이 되던 해.

아이가 처음으로 엄마와 떨어져서 유치원에 등원한 날.

나는 집 근처 복지관으로 향했다.

유치원 근처에 있는 복지관에는 원어민 선생님이 하는 프리토킹 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나는 지금의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다.


나는 그들을 ‘화요일의 언니들’이라고 부른다.


언어를 배운다는 건, 뭘까?

문득, 만일 내가 일본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배웠다면 나는 지금쯤 무슨 일을 하고,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돌이켜보면, 힘들었던 시기에 몰두할 수 있는 무언가로 나는 ‘언어’를,

그중에서도 ‘일본어’를 택했다.


내가 택한 언어는 나를 좋은 사람들과 만날 수 있게 해 주었다.

선택하지 않았다면, 그저 스쳐 지나갔을지도 모를 인연들.


그건 마치,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호른>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깊은 숲 속에서 호른과 맞닥뜨리는 호른 연주자와 같은 일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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