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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분한 초록색 Apr 25. 2024

나를 보고 있는 건 그들

잘 보는 것과 잘 기억하는 것

글을 쓴다는 것은 사물을 잘 보는 것이다.

또 사물을 잘 기억하는 것이다.

-시마자키 도손



위 글귀를 어디에서 읽었는지 나는 기억하지 못한다.


글을 쓴다는 것은 사물을 잘 보는 것이고, 또 사물을 잘 기억하는 것이라는데.

나는 인상 깊게 읽은 구절의 출처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그나마 다행인 건, 누가 한 얘기인지는 기억한다는 거다.

정확히 말하면 기억한다기보다는 기록해 두었기 때문에 잊지 않는 것뿐이다.


오늘은 어떤 글을 쓸까. 무엇을 이야기할까. 한참을 고민한다.

고민한다고 글감이 떠오른다면 다행이겠지만,

한참을 노려봐도 단 한 줄도 써지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럴 때는 그냥 아무 말이나 써본다.

반복되는 단어들과 비슷비슷하게 반복되는 문장들이 내가 읽어도 지루하지만.


머리를 쥐어뜯으며 생각해 봤자 손가락은 자판 위에 멈춰서 있을 뿐이다 (사진출처-pixabay)


그렇게 아무렇게나 쓴 글들이 하나씩 쌓여가고 있다.

글 안에 갇힌 인물들은 어느 날은 밥을 먹다가,

어느 날은 길을 나서다가,

또 어느 날은 이별을 하는 와중에 동작이 멈춰버린다.


그렇게 시간이 정지된 공간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내가 다시 멈춰진 시간을 돌려주길 기다린다.

어쩌면 그들은 내가 만들다 버린 세계 속에서 저들끼리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만든 가상의 세계 속에서 어쩔 줄 모르고 갈팡질팡 하는 건 그들이 아니라 나다.

모니터 속 하얀 종이 위의 그들이 나를 보고, 나를 기억한다.


여기, 무슨 이야기를 써야 좋을지 모르겠는 얼굴로 손가락을 꼼지락거리고 있는 한 사람을.



<커버 이미지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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