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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분한 초록색 Apr 19. 2024

집은 혼자 남겨졌을 때

오늘부터 새로 시작하게 된 스터디를 위해 아침 일찍 서둘러 집을 나섰다.

원래 계획은 아이가 등교를 한 8시 30분부터 한 시간 정도 글을 쓸 생각이었지만,

아이가 나가고 난 시간은 8시 40분이었고, 나는 아직 세수도 하지 못한 상태였다.

원래 일어나려던 시간보다 늦게 일어난 탓이다.


부랴부랴 나갈 준비를 한다.

뭐 대단한 준비를 하는 것도 아니다.

화장을 할 필요도 없이 그저 세수하고 옷 입고 책만 챙기면 되는 그 간단한 일들을 준비하고 나니 이미 9시가 넘었다.

가는 길에 도서관에 들려서 책도 반납해야 하는데...

그것까지는 요원한 일인 것 같아 포기한다.


스터디 장소로 가는 길에 문득, 혼자 남겨진 집이 생각난다.

남겨졌다기보다는 내팽개쳐진 집.


싱크대에는 아침 설거지가 가득하고, 거실 빨래대에는 아직 덜 마른빨래들이 널려있고, 청소기를 돌리지 못한 바닥에는 머리카락이 떨어져 있는 게 눈에 밟힌다.

그 모든 것들을 뒤로하고 현관문을 닫고 집을 나섰다.


되도록 집을 나서기 전에는 집안을 깨끗이 정돈하려고 한다.

그래야 다시 집에 왔을 때 내 기분이 좋기 때문이다.

나갔다 들어왔을 때 깨끗한 집을 보면 가방을 내려놓고 조금 쉴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어질러진 집을 마주하게 되면 마음이 편치 않다.


반대로 집은 어떤 기분일까.

세수도 못하고 양치도 못한 기분으로 하루종일 어지럽게 홀로 남아 있는 기분은 아닐까?

집은 자신이 방치되었다고 느낄까?


스터디 장소로 가는 길에 나는 내가 내버려 두고 온 집을 떠올린다.

집이 혼자 남겨졌을 때 무슨 생각을 할지에 대해 생각해 본다.

어질러진 마음을 다잡고 싶어도 혼자서는 어쩔 수 없으니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내가 돌아올 때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음 주에는 좀 더 일찍 일어나서 깨끗하게 정리해 주고 나가야지.

자신이 방치되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끔.

집이 깨끗한 모습으로 혼자 편히 쉴 수 있게끔.




<커버 이미지 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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