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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분한 초록색 Apr 18. 2024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다시 첫 장을 펼쳐보게 되는

그런 책이 있다.

마지막 장을 읽고 나서 다시 첫 장으로 돌아가게끔 만드는 책.

오래전, 이런 비슷한 문구로 홍보되던 추리소설이 하나 있었다.

<살육에 이르는 병>이라는 다소 끔찍한 제목의 책이었다.

내용이 내용인지라 다시 앞장으로 돌아가지는 않았다.

그저 ‘아, 이래서 그런 카피 문구를 썼구나.‘라는 단순한 감상뿐이었다.


일요일, 모두가 잠든 밤

혼자 거실에 앉아 벚꽃이 다 지기 전에 읽기로 했던

우타노 쇼고의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를 읽고 있었다.

조금만 더 읽다가 자야지.

여기까지만 읽고 자야지…

하다가 새벽 3시가 넘긴 시간에 책의 마지막 장을 덮게 되었다.

이야기가 결말로 치달으면서 뭔가 멈출 수가 없었다.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뭐지? 번역 오류인가? 싶은 부분들이 튀어나왔다.


뭐, 세세한 내용은 나중에 확인해 보고 일단 읽자.

결말이 몹시 궁금하니까.


마지막장을 다 읽었을 때

나는 조금 많이 놀랐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군데군데 되짚어본다.

번역의 오류가 아닌 내 사고의 오류들을.



월요일, 하루종일 내리는 비에 벚꽃이 다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나는 밤새 읽었던 책을 다시 떠올려본다.


사람의 선입견이란 얼마나 견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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