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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분한 초록색 Jul 04. 2024

녹색 어머니

학교 봉사 활동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이 동네에서 유일하게 녹색 어머니가 필요 없는 학교였다.

바로 코 앞이 학교라 길을 건널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랬는데...


작년, 길 건너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녹색 어머니가 필요해졌다.

새로 이사 오게 될 학생들을 받기 위해 학교는 증축공사를 시작했고, 재학 중인 아이들은 운동장을 이용할 수 없었다. 

좁았던 운동장은 더욱더 좁아졌고, 과밀 학급은 더욱더 과밀이 되었다.

그리고, 녹색 어머니를 모집하는 공고가 내려왔다.

기존 재학생의 엄마들은 당연히 코웃음 쳤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아이가 녹색 어머니 활동을 독려하는 포스터를 만들고 있는 모습에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

(각 학급 임원들에게 할당된 일이었다 ㅜㅜ)



배정받은 날은 7월 4일. 바로 오늘.

아, 한참 더울 때네. 안 그래도 썩 내키지 않았던 일인데, 날짜마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도 기쁜 마음으로 해야지, 하고 마음을 다독였다.


오늘 아침은 식탁도 제대로 치우지 못하고 서둘러 학교로 뛰쳐나갔다.

아이는 처음으로 엄마 없이 집에 혼자 남아 등교 준비를 하고 학교를 가게 되었다.

가면서도, 정작 내 애는 집에 남겨 두고 녹색 어머니 봉사활동을 하러 가다니. 이게 뭔가 싶었다.



조금은 어색하게 노란색 교통안전 깃발을 들고 신호등 앞에 선다.

아침부터 해가 뜨겁다.


우르르, 아이들이 몰려온다.

뭐가 그리 즐거운지 저들끼리 재잘거리며 뛰어간다.

그 모습들을 보니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초록색, 빨간색. 

신호에 맞춰 안전 깃발을 움직이며 어느새 나는 "이거 꽤 할만한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시원한 아아를 사 와야지,라고 생각했지만 오늘 점심에 또다시 학교에 가야 해서 그때까지 참기로 했다.

점심시간의 교내 폴리스 봉사활동이 끝나면 아침의 녹색 어머니 분까지 아주 큰 사이즈의 아아를 마셔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이미지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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