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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그로시HGRS Feb 05. 2024

사업화 과정 속, 진짜 겸손의 미학

1. Prologue


내 회사처럼 밤새, 주말 없이 유에서 무를 창조하는 수준으로 해내던 지난 마케팅 분야에서의 노력과 스타트업에서의 그로스 경험들, 마지막 대기업 계열에서의 빅브랜드 경험까지가 지금 내 작은 사업을 지탱해주고 있다.


오늘 나는 너무 기쁘고 즐겁다. 사업에서 배우는 것들이 많고, 마케팅이라는 일, 서비스가 중점이지만, 그 이상으로 클라이언트 분들을 만나며 쌓는 건설적인 대화들이 좋다. 사업을 크게 하는 분들을 보며 배우며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훨씬 더, 훨씬 더 겸손해지고. 사람에 대한, 일에 대한 진심이 얼마나 중요한 지 새삼 매일 느끼며. 지난 작은 인연들이 단순히 인맥이어서가 아니라, 어떤 고마움이나 교류가 되는지 더 다채롭게 경험하게 된다.


배움에는 끝이 없고, 쓸모없는 경험은 단 한 개도 없다는 말을 이전보다 훨씬 더 실감하고, 마케팅의 새로운 면을 보게 되고, 이전 곁에서 일하던 스타트업 대표님들의 여러 비즈니스 관점과 말, 행동을 조금이나마 더 이해하게 된다. (큰 문제를 해결, 얼마 벌 건지 정하는 게 중요, 목표만 정하면 나머지는 해결된다는 말 등등)


겸손은 단순히 나를 낮추는 게 아니고, 척하는 처세여도 안되고, 진심이어야 한다.

오늘도 배운다. 스스로 조금은 감화되어 기록한다.



2. Self-Objectification


겸손을 생각하다 보면 지난 뱉었던 말들을 다시 돌이켜 보거나, 지금의 내가 나를 정의 내리는 일에 잘못된 점은 없는지 살펴보게 된다. 또, 최대한 객관화되어 있는지 확인한다.


무엇이 있을까?


1) '나(우리)는 마케팅을 잘한다?'


나는 정말 마케팅을 잘할까? 점점 더 내가 잘하는 것만 더 잘하려고 한다. 더 다양한 클라이언트 분들을 만나면서 이전에는 정말 실패하지 않았다고 모든 포트폴리오로 증명할 수 있던 것들이, 1개씩 아쉬운 사례도 등장하게 된다. 물론 J-Curve를 그리는 클라이언트 브랜드들도 등장한다.


단순히 마케팅의 숫자를 만드는 결과뿐 아니라, 결국 프로젝트의 과정이 효율적이고 효과적이어야 하기 때문에 그 부분 전반을 피드백해 보면. 결국 잘하는 것에 더 집중해야 하고, 애매하게 잘하는 것은 사이드로 붙여야 한다.  


그래서 마케팅 프로젝트의 범위를 더 뾰족하게 가져가고, 계속 다듬었다. 자신 있는 건 정말 자신 있다고 많은 사례들로 말할 수 있게 되었고, 자신 없는 건 솔직하게 그쪽은 전문 분야가 아니라고 말하게 됐다.


2) '나(우리)는 돈값을 했을까?'


클라이언트는 기본적으로 계속 바라게 된다. 대행사는 릴레이션쉽(관계)도 챙길 줄 알아야 한다. 이전에 나는 어느 조직에 있든 숫자가 장땡이라는 마인드로 숫자를 만들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그게 워킹했지만, 대기업 계열이나 어느 정치력 심한 곳은 그렇지 못했다.


다시 돌아와서, 돈값이란 무엇인가. 돈값을 했는가? 원하는 숫자를 만들어줬는가 + 얼마가 들어갔는가 + 기간이 얼마나 걸렸나 + 그 과정은 순탄했나 + 숫자를 떠나서 이 사람 혹은 이 액셀러레이팅 집단과 계속 함께 일하고 싶은가?


그리고 위와 같이 클라이언트가 우리를 평가할 때의 시작점은 계약 용역비뿐 아니라, 용역의 범위이다. 즉, 클라이언트의 효용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나(우리)는 때로 난도가 있는 브랜드를 만나면, 첫 달의 용역비를 먼저 할인해서 제안한다. 할인가라는 말을 굳이 하지 않고서. 그러고 첫 달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클라이언트의 효용이 올라가는 게 눈에 보일 때 사실은 원래 정가는 이건데, 성과를 보인 다음에 제안드리는 게 순리 같았다.라고 말한다.


할인된 단가로 계약한 직후에는 이삼일간 솔직히 잠이 오지 않는다. 더 받았어야 하는데... 라며. 하지만 조금 더 지나 클라이언트가 ROI를 성공적으로 채웠다는 만족감을 보이면, 자연스럽게 Job의 범위는 조금 더 확장되거나 깊어지고, 견고해진다.


3) '신념이나 믿음, 자신감을 잘못 표현하고 있지는 않은가?'


나는 성공이력이 확실한 시니어들만 프로젝트에 투입한다고 글을 뱉은 적 있다. 그 부분은 명확하게는 이렇다. 클라이언트와 말을 섞을 일이 거의 없는, 완전한 오퍼레이팅 단의 업무까지 시니어가 할 수는 없다. 그래서 홈페이지도 곧 정정 예정이다. (프로젝트의 주요 진행은 여전히 시니어가 맡는다.)


기존 마케팅 대행 업계를 비판하는 글을 쓰곤 했다. 물론 사실 근거이지만, 그렇지 않은 곳들도 분명 있고. 그중에 실력이 좋은 분들도 당연 많다. 여전히 나는 전문성 없거나 사기성 가득한 곳들을 매우 싫어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대행 업계에서 잔뼈 굵은 시니어 분들에게는 자주 연락드리며 많이 배운다며 고개 숙인다.


집단이라는 표현은 적절한가. 어느 날 차 옆에 탄 동생에게 물었다. 회사 규모를 물을 때 정직원 기준이야? 아니면 프로젝트 고정 투입 인원 기준이야? 우리는 후자에 가까운 집단이 맞다.


그런데, 일반적인 경우처럼 팀 셋업비 받아놓고 신입급을 PM이나 주 커뮤니케이션 실무자로 세우지 않는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 시니어급이 마케팅 프로젝트의 PM(커뮤, 실무, 책임 총괄)이 된다. 나머지는 최대한 내부적으로 자동화를 갖춘다.


3. 목표, 지향점


결국 현재 마케팅 대행 서비스는 B2B이다. 곧 사무실을 옮긴다. 코웍으로 빌려 쓰던 곳을 떠나 엄청 훌륭하진 않지만 독자적인 공간에 어디든 움직이기 좋은 곳으로. 나는 임대 사무실 대표님에게도 뻐꾸기를 날려버려서는... 마케팅 서비스로 새로 딜을 성공했다. 서로 윈윈 하는 조건을 맞췄다. 그리고 사업자명도 바뀔 예정이다. 시스템을 계속 갖추고 있다. 마케팅 서비스라는 본질에 집중해서.


또 결국은 마케팅 대행업이 최종 목표는 아니다. 처음에는 누구나, '결국 대행사 아니야?'라고 하지만 결국은. 진정한 마케팅 액셀러레이팅 집단이라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 브랜딩이란 게 그렇듯, 행동으로 신뢰를 받으며 하나 하나 쌓아 나가야 한다.


그 후에는 자연스럽게 인력 기반의 마케팅 서비스 너머 사회적으로 더 가치 있는 문제를 해결하거나, 돕게 될 것이다.


4. Epilogue


턱없이 부족함을 느끼기도 하고, 감정의 소용돌이가 나를 집어삼킬 것 같기도 하고. 힘든 일은 겹치고 겹쳐 닥치기도 하고. 어느 날은 너무 고독하고 외롭다가, 어느 날은 또 일이 술술 풀리기도 하고.


시기하고 질투하는 옛 친구에게라도 연락해 볼까 싶은 순간을 참고, 자존심 상하는 것도 모르고 열심히 최선을 다하다가 한 이틀밤을 스트레스 폭식에 빠지기도 하고. 지나고 나면 그런 것들은 성장, 목표하는 가치 실현에 전혀 중요하지 않은 자잘한 것들임을 느끼며.


혜안을 주는 어느 선배에게 한없이 고맙기도 하고. 곁에서 응원해주는 사람을 보며 내 인복이 여기에 다 있구나 생각하며 또 감사하고.


언젠가 우리가 5년 뒤, 10년 뒤에 같이 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며 어느 같이 일하고 싶은 분에게 뻐꾸기를 날리고 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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