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이 온다.
드디어 만날 준비가 된 걸까.
첫 아이를 낳던 날을 떠올리면
어쩌다 둘째까지 낳았는지,
인간 참 망각의 동물이라 가능한 인류의 번성이다.
긴긴 출산 일기를 다시 읽어 본다.
정말 아팠고 무서웠다.
만나서 반가웠고, 초면이었다.
초면에 이런 말 미안하지만
긴긴 산고 끝에 너의 안위가 가장 걱정이던 나는
만나서 반가워 우리 아기 안녕?
이라는 말 대신
아기는 괜찮아요? 아기 괜찮은 거예요?
만 연신 읊조리다가 그만
너의 얼굴을 보고 말았지...
감격의 멘트 따위는 태반과 함께 낳아버렸는지
준비한 첫인사는 또다시
아아 아빠랑 똑같이 생겼네~~~~
였다...
포근아.
24시간 동안 진통만 하는 엄마품 속에서 너는 어땠을까.
엄마는 내내 너를 걱정한다.
너를 만나는 그 순간 첫마디를 이렇게 할 줄은 몰랐어.
만나서 반가워 아가.
그날 엄마도 태어났다. 갓난 엄마.
('갓난엄마'라는 이 단어는 '엄마도감' 이라는 책에서 처음 본 단어입니다.)
전생 운운하다 보니
정말로 새로 태어나버린 엄마인 나.
그리고 긴 시간 정들었던 뱃속을 떠나
다시 또 긴 여정을 시작한 아가인 너.
우린 같은 날 같은 시간 태어났다.
갓난 아기로의 너와
갓난엄마로의 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