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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마 May 15. 2024

차투랑가 단다아사나.

24.02.03

  아마 평생 잊지 않을 요가의 한 가지 시퀀스. 수리야 나마스카라 - 태양 경배 자세를 하다 보면 한 가지 난관에 봉착한다. 아르다 우타나아사나(선 반 전굴자세)를 하고 난 다음 자세인 차투랑가 단다아사나(사지 막대 자세)가 바로 그것이다.


  정석대로라면 내쉬는 숨에  몸이 바닥과 수평으로 내려가서 팔 옆에 착 하고 붙어야 하는데, 팔은 떨리다 못해 내 무게를 포기해 버리고 그대로 바닥에 엎어진다. 또 실패다. 매번 실패한다. 난 이 자세가 언제쯤 가능하려나. 엎어진 그 상태로 다시 크게 숨을 들이쉬고 내쉰다. 자, 다음 자세를 한다.


  평생 하나도 하지 못했던 팔굽혀 펴기를 어제부로 흉내만 내는 정도뿐이라도 얼추 삼십 개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모르는 사이에 팔과 어깨, 코어의 힘이 아주 조금 생겼나? 겸손한 마음을 가지려 해도 비약적 성장에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다. 두 달 정도 퇴근해 운동하면서 생긴 변화인 것 같다고 추측했다. 매일 밤 근력운동을 하고 러닝을 했다. 근력 운동을 할 때 점차 무게를 늘려서 이젠 운동 초반과 힘이 다르다는 걸 안다. 트레드밀 위에서도 느리게 걷기로 시작해서 빠르게 걷고, 인클라인을 높이고, 달리기를 시도하고 십 킬로를 한 시간 대에 끊었다. 그러는 동안 몸도 많이 가벼워졌다. 모두 다 안 보이는 사이에 늘어났다. 이제 차투랑가 단다아사나도 가능할지 모른다. 만약 내 기대와 달리 그 자세가 안된다면 매일 수련하면 된다. 될 것이다.


  길을 걸을 때 경치를 보고 느끼면서 긴 거리를 걷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쉽고 빠른 지름길을 찾는 사람이 있다. 과정을 중요시하는 사람이 있고 산출된 결과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 있다. 물론 나는 지름길/ 결과 파인데 요즘은 그런 short cut이 통하지 않는 상황을 매번 마주한다.


  좌절도 잠시다. 몸으로 부딪혀 해봤으니 이젠 안다.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방울이 단단한 바위를 뚫는 힘. 왕도가 없는 길. 을 떠올리면서 계속 반복하자고. 그렇게 곱씹는다. 씹은 볼을 씹고 또 씹어 피가 날 때까지 다짐한다. 똑같은 매일이 모여 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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