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로 살아보고 싶은 이야기)
"오래된 서랍을 열면, 그 안에는 어떤 이야기가 잠들어 있나요?"
먼지 쌓인 제 마음의 서랍을 열어, 그 속에서 길어 올린 이야기들로
브런치 10주년, 가장 소중한 꿈의 문을 두드려봅니다.
누구에게나 마음속에 자신만의 서랍이 하나쯤 있다고 생각해요.
삐걱거리는 손잡이를 잡아당기면, 오래된 나무 향기와 함께 잊고 지냈던 순간들이 폭삭, 하고 피어오르는 그런 서랍 말이에요.
그 안에는 첫사랑의 설렘을 담은 말린 꽃잎도, 쓰디쓴 실패에 흠뻑 젖었던 편지지도, 그리고 차마 누구에게도 꺼내지 못했던 비밀스러운 아픔들도 함께 잠들어 있겠죠.
여러분의 서랍은 어떤가요?
저의 서랍 속에도 참 많은 이야기들이 켜켜이 쌓여 있었습니다.
그저 흘러간 시간이라, 이제는 바래버린 기억이라 여겼던 그 이야기들을 이제는 조심스럽게 꺼내어, 세상이라는 따스한 햇살 아래 보송하게 말려보고 싶다는 용기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그 용기의 시작점에 바로 '브런치'가 있었습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제 삶에 유난히 길고 차가운 비가 내리던 날, 이 문장은 저를 꼭 붙잡아준 우산이었습니다. 쑥스러운 고백이지만, 저는 한동안 꽤 아팠습니다.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 세상의 모든 색이 잿빛으로만 보이던 어두운 터널을 지나왔습니다.
창밖의 세상은 여전히 빠르게 흘러가는데, 저만 홀로 멈춰버린 것 같은 기분. 아마 겪어보지 않은 분은 모를 외로움이었을 거예요.
그 끝이 보이지 않던 시간을 지나며, 저는 매일같이 이 말을 주문처럼 되뇌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마법처럼, 그 비는 그쳤고 제 삶에는 다시 무지개가 떴습니다.
비에 흠뻑 젖은 뒤에 땅이 더 단단해진다는 말처럼, 아픔은 제게 삶을 완전히 다른 눈으로 보게 해주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사랑하는 가족의 목소리를 듣고, 따스한 밥 한술을 뜨는 이 모든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눈부신 기적인지를요.
글쓰기는 그런 저에게, 다시 찾은 일상의 소중함을 기록하는 일이었습니다.
흩어져 있던 삶의 조각들을 하나씩 주워 담아 의미 있게 꿰어 맞추는 작업이었죠.
제 서랍 속 슬픔의 기록이, 누군가에게는 희망의 증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작은 기대를 품게 된 것도 그때부터였습니다.
언젠가 제 아픔을 담담하게 풀어놓은 글에, 한 분이 조심스럽게 댓글을 남겨주셨어요.
"작가님 글에 제 모습이 겹쳐 보여 한참을 울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괜찮아지셨어요?"
그 작은 질문 하나가 제 마음을 깊게 울렸습니다.
그분께 저는 단순한 공감을 넘어, 무언가 실질적인 희망의 증거를 보여드려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그날 이후, 제 꿈의 방향이 조금 더 선명해졌습니다. 따뜻한 위로와 함께, 믿을 수 있는 정보를 건네는 작가. 그래서 저는 '건강'이라는 주제를 더 깊이 파고들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심을 지키기 위해, 이 나이에 다시 학생이 되어보려 합니다. 방송통신대학교 편입의 문을 두드리며, 조금 더디더라도 제대로 배우고 정확한 정보를 나누는 작가가 되겠다고, 제 자신과 그리고 제 글을 읽어주실 독자분들과 조용히 약속했습니다.
브런치는 저에게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을 넘어, '삶이 글이 되고, 글이 다시 삶을 살게 하는' 기적 같은 공간입니다. 지난 시간 동안 제 글은 저 자신을 일으켜 세웠고, 이제는 그 글이 비슷한 길을 걷는 누군가에게 작은 등불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저에게 '브런치 10주년 작가의 꿈'은 단순히 이름 앞에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는 것 이상의 간절함입니다.
제 삶의 가장 큰 변곡점에서 발견한 이 소중한 꿈을, 가장 저답게, 가장 진솔하게 펼쳐 보일 수 있는 유일한 무대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아픔을 겪어본 사람의 따뜻한 공감과, 이제 막 배우고 성장하며 나아갈 예비 전문가의 믿음직한 정보를 한 손에 하나씩 들고, 세상에 단 하나뿐인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싶습니다.
제 마음의 서랍을 여는 이 순간이 참 많이 떨리네요.
하지만 용기 내어 한 걸음 내디뎌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