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예방교육강사
사실 내 꿈은 약사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약사보다는 간호사가 더 실용적인데 우리사회는 약사가 돈을 더 잘 벌고 사회적지위가 더 높아서 약사가 되고 싶었던 것 같다. 참고로 나는 학부시절에도 피트시험을 2년 준비했으나 면접준비를 우습게 여겨서 조선대 약대를 떨어졌었다. 보건교사가 된 후에도 1년간은 피트시험을 준비했었다. 그 사이에 피트시험 난이도가 엄청 높아져서 약대준비를 접고 지금은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공인중개사 시험도 3번째 떨어져서 자존심이 바닥을 친 상태이다.
작년 청소년에게 대치동에서 마약을 탄 음료수를 나누어준 사건을 계기로 교육부에서는 학생들의 마약예방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학교에서는 새로운 마약예방교육을 누가 담당할 건지에 대해서 부장교사와 나 사이에 팽팽한 신경전을 하게 되었다. 교육청에서는 책임을 지워주기 위해서 마약예방교육 담당자를 지정하여 보고하도록 하였고 이것이 신경전의 시발점이 되었다. 마약예방교육은 안전부서에서 담당해야지 보건에게 맡으라는건 부당합니다. 여하튼 업무분장이 순조롭게 되지 않아서 교감까지 찾아가서 읍소를 할까하던찰 나에 부장교사와 극적인 협상을 하게 되었다. 일단 올해는 보건교사인 내가 담당하고, 내년에는 업무분장을 새롭게 하는걸로. 학교란 곳은 한번 업무를 담당하게 되면, 보건의 경우에는 새로 업무분장하는 일이 쉽지 않다.
여하튼 울며겨자먹기로 마약교육을 담당하고 관련 공문을 처리하게 되었다. 마약예방교육을 강화하면서 마약퇴치운동본부 소속으로 마약예방교육강사를 양성하니 교원들이 참여하도록 공문이 시달되었다.
최고의 방어는 공격이라고 그랬던가. 나는 마약예방교육강사양성에 참여해서 각종 시험과 절차를 걸쳐서 전문강사로 위촉되었다. 나에게 마약예방교육을 담당하게 하였으니, 아예 전문강사로 성장해보겠습니다.
그리고 사교육 카르텔로 교사의 겸직허가등에 대한 공문이 또 시달되었을때 기회를 놓치지 않고 교장에게 찾아가서 1개월 이상의 지속된 외부강의를 하게 될 수도 있으니 겸직을 허락해달라고 하였다. 겸직허가 시에는 교원인사위원회를 개최하게 되어있는데, 교육청에서 보낸 강사양성과정을 근거로 순조롭게 겸직허가를 서면상으로도 받게되었다. 즉, 내가 사적으로 강사양성과정에 참여한게 아니라 교육청 공문을 근거로 강사양성과정에 참여한것이니 겸직을 허락해달라는것이다. 마약예방교육 특성상 일과시간에 강의요청을 받게 될 것이면 월 10시간은 초과하지 않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후에 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신규강사 대상으로 진행한 워크숍에 참여하였다. 강사들을 둘러보니 내가 제법 나이가 어린축에 속했다. 아마 어린순으로 2,3등이지 않을까.
가진게 젊음뿐이라 강사로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구나 싶었다.
워크숍동안에 나는 얼굴에 철판을 깔고 사정없이 질문을 했다. "예방교육으로 아이들로 하여금 오히려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면 어떻게 하나요?" 시작해서 실무적인 사항까지. 그리고 약사가 하는 강의시연을 보고, 새삼 약사페이에 비해서 돈이 안되는 왜 예방교육을 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어보고 싶었지만 궁금증은 접어두고 한때 내가 동경했던 직업군과 같이 예방교육강사로 활동하게되다니 감회가 새로웠다.
강사로 지원했던 동기는 다소 반항적이였으나, 사명감을 가지고 강의할 기회가 온다면 아이들에게 영감을 불어 넣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