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라이언 Dec 18. 2024

모든 좋은 것들(Good Things)의 비밀

존박 유튜브 채널에서 정말 좋아하는 가수 이적이 출연한 영상을 봤다. 영상에는 이적이 비비의 ‘밤양갱(작사/작곡: 장기하)’이라는 노래가 왜 좋은지 언급하는 대목이 있다. 그냥 지나칠 뻔했지만 본능적으로 이건 기억해야겠다고 느껴 메모했다. (밤양갱을 들으면서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나는 그 비비의 ‘밤양갱’을 들으면서, [ㄴ,ㄹ] 정도만 남겨서 “떠나는 길에 네가 내게 말했지. 너는 바라는 게 너무나 많아”  뭔가 물결처럼 지나가는 벌스가 있거든? 그게 너무너무 잘 만든 거야.

그래서 그 노래 히트하고 한참 있다가 기하를 만나서 그 얘기를 했어. 근데 그런 얘기를 지금 형(이적)이 처음 했다는 거야. 자기가 그 얘기를 너무 듣고 싶었다고. 우리 음악인들이 서로 그런 얘기를 해주면 ‘아 그래!’ 이런 거지.

그러니까 ‘밤양갱’이 왜 좋냐 하면 그렇게(’ㄴ’과 ‘ㄹ’ 발음을 이용한 물결처럼 흐르는 벌스로) 만들어서 좋은 거거든?

근데 일반 청중들은 그거를 뭐 ‘아 한국어 자음 중에 뭐와 뭐를..’ 막 이렇게 듣지 않고 ‘왜 이렇게 자연스럽게 흘러가지?’ 하는 거야.

그냥 (좋다고) 느끼는 거지.


이적 님의 멘트에서 내가 느낀 것을 세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1. “좋은 노래”는 왜 좋은지 설명할 필요 없이 그냥 좋다는 것

2. “좋은 노래”에는 그 노래가 좋게 들리도록 1부터 10까지 하나하나 설계한 ‘작사가/작곡가/가수’의 진심과 비결이 숨어 있다는 것

3. “좋은 노래”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음악인(전문가)끼리는 서로 다 안다는 것


“좋은 노래”만 그럴까? 아니다.


“좋은 카페”를 발견했을 때, 우리는 그냥 “와~ 여기 좋다”라고 느낀다. 하지만 이 느낌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사장님은 손님에게 그런 느낌을 주기 위해 많은 것을 고민했을 것이다. 테이블, 의자 선택부터 커피 잔과 디저트를 담는 접시, 컵 홀더, 메뉴판, 심지어 실내에서 풍기는 향이나 동선, 화장실까지 수많은 인테리어 요소를 고려했을 것이다. 이런 요소가 모두 연결되어 “좋은 카페”가 만들어진다. 카페를 운영해 본 사람이라면 사장님의 고민 흔적을 더 잘 느낄 수 있다.


“좋은 음식”도 마찬가지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우리 같은 일반인은 “이거 정말 맛있다.”라고 반응할 뿐이다. 맛있는 이유를 하나하나 설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의 밑바탕에는 식재료 선택부터 손질, 조리 방법, 식감, 향까지 만든 사람의 비결이 담겨 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셰프의 테이블>에서 ‘미셜 트로아그로라’라는 셰프는 음식을 접시에 담고, 손님의 식탁까지 가는 시간까지 계산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그냥 ‘맛있다’라고 느끼지만 미식가나 전문가는 음식을 맛보면 그 음식을 만든 사람의 내공을 더 잘 알 수 있다.


이 정도라면 일반화해도 되지 않을까? “모든 좋은 것은 왜 좋은지 설명하기 어렵지만 그냥 좋은 것”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 좋은 것에 대해 점점 더 알아갈수록, 전문가에 가까워지면서 그것을 만든 사람의 비결을 조금씩 배우는 것이다. 그 끝에서 우리는 그게 왜 좋은지,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소프트웨어도 마찬가지다. 웹 서비스나 모바일 앱, SaaS 등 어떤 제품이든 한번 써보면 느낌으로 안다. 멋진 제품을 만나면 “와 이거 좋은데? 잘 만들었는데?”가 먼저 튀어나온다. 왠지 자세히 설명할 수 없지만 일단 좋다고 느낀다. 이후에 제품을 사용할수록 제품이 어떻게 설계되었는지 보이고, 사용자를 얼마나 배려하는지, 어떤 의도를 갖고 만들었는지 알아가게 된다. 제품에 얼마나 공 들였는지, 기능 하나에 얼마큼 고민했는지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렇게 되면 그 제품을 더 좋아할 수밖에 없다.


정리하면 고객, 소비자, 사용자가 그냥 ”와~ 좋다”라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 모든 비즈니스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세부 요소와 디테일에 신경 써야 한다. 그러고 나서 각 요소를 잘 연결해야 한다. 이는 지난번 글에서 언급한 ‘장인정신’과도 맞닿는다. 그래야만 ‘좋다’는 느낌을 확실하게 전달할 수 있다.


좋은 것은 그냥, 우연하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노래, 음식, 카페, 소프트웨어, 글까지 우리가 “좋다”라고 느끼는 모든 것은 메이커의 깊은 고민과 정성이 담긴 결과물이다. “와, 좋다!”라는 감탄사를 이끌어내는 것, 그 비밀은 바로 진심과 디테일에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