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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백책방 Jan 06. 2024

성장통

학이 그려진 동전만 있다면 걱정 없을 나이, 지옥탈출과 얼음땡을 할 수만 있다면 지치지 않는 나이, 초등학교 6학년. 친구들과 노는 매일이 즐거운 나이였지만 밤마다 무릎이 아팠다. 엄마는 성장통이라며 신경 쓰지 말라고 하셨지만, 축구 반대항전과 체육대회 이어달리기에서 질 때만은 무릎을 탓하곤 했다. 승부욕이 강한 사춘기 남자아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무릎이 미웠다.


옷이 두꺼워지자 겨울방학이 되었고, 정신없이 수학의정석을 몇 번 풀다 보니 어느새 중학생이 되었다. 학교, 친구, 선생님 등 많은 것이 변했지만 유독 달라진 게 있다면 교실의 자리였다. 매일 앞자리에 앉던 작은 아이는 칠판이 보이지도 않는 맨 뒷자리에 앉게 되었다. 기분 탓이겠지만 또래 여자 아이들의 눈빛도 변한 것 같았고, 괜히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야속했던 무릎은 어느 새부터 고마운 존재가 되어있던 것이다.


무릎은 아픈 만큼 자라줬다. 어디 무릎뿐인가. 누군가와 이별, 수능의 실패, 가족의 무너짐마저도 아픔에 비례해 스스로를 자라나게 했다. 중학교 교복을 맞추기도 전에 겪은 어린아이의 성장통은 키를 자라게 했지만, 머리가 조금은 크고 난 후 직면한  성장통은 마음을 자라게 했다.


*성장통 (成長痛): 성장기 청소년에게 발생하는 일시적인 통증 증상. 사전적 정의로도 많이 쓰이지만, 추후 더 큰 보상을 주는 고난이나 시련을 지칭할 때도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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