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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려되었습니다 Jan 11. 2024

반려동물과의 이별과 후회

고양이는 임종 전, 어떤 시그널을 보낼까

 흔히 '강아지는 죽기 전에, 주인에게 보여주기 싫어서 조용한 곳을 찾아가 죽는다'라는 말을 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물론 강아지의 개별 성향으로 인해 조용한 곳을 선호하는 경우가 있긴 하겠지만, 대체로 일반적이진 않다. 반면 고양이는 다르다. 고양이는 몸이 아프면 '본능적으로' 몸을 숨기려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고양이는 아플 때 더 깊숙한 곳으로 숨으려 하고, 이를 지켜보는 집사는 걱정되는 마음에 한시라도 빨리 끄집어내기 위해 실랑이를 벌이게 된다.


 얼마 전, 고양이를 떠나보낸 보호자님의 사연 중 조금 특별한 경우가 있었다. 평소에 도도하기만 했던 고양이가 갑자기 다가와서 응석을 부리고 활동량이 부쩍 늘었다고 했다. 때문에 나이를 먹으니 애교도 많아지고, 건강해졌다고 느꼈는데 갑자기 사망했다는 것. 아이가 건강해진 게 아니라, 고양이의 죽기 전 행동을 인지하지 못해 더 깊은 후회를 하는 상황이었다.


 반려동물이 사망한 뒤, 대부분의 보호자는 차갑게 굳어버린 후회를 가득 안고 장례식장에 방문한다. 대표적인 후회는 '동물병원에서 임종을 맞이할지, 집에서 임종을 맞이할지'가 있다. 동물병원에서 임종을 맞이한 보호자는 '집에서 편안하게 보내줄걸'이라며 후회하고, 집에서 임종을 맞이한 보호자는 '병원에서 하루라도 더 살 수 있도록 도와줄걸'이라고 후회한다. 실제로 장례식장에 이런 문의가 들어오기도 하는데, 정답이 없는 문제여서 "보호자님께서 옳다고 생각하시는 방향으로 진행하는 게 좋다"는 두리뭉실한 답변을 해야 한다.


 반대로 정답이 있는 후회도 있다. 아이가 사망한 뒤 너무 서둘러 당일에 장례를 진행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런 경우 장례가 모두 종료되어도 인사를 제대로 나누지 못한 것 같은 후회가 남는다. 때문에 방금 반려동물이 사망했을 때, 사후 2~3일 정도는 꼭 집에서 못다 한 인사를 마저 나누실 수 있도록 배려하곤 한다.


 자주 못 놀아 준 것, 조금 더 맛있는 음식을 주지 못한 것, 좋은 곳으로 자주 데려가지 못한 것 등. 반려동물과의 이별은 필연적으로 많은 후회를 간직하게 된다. 반려동물이 조금 이른 시기에 무지개다리를 찾아가더라도, 못해준 것들에 대한 후회가 발목을 붙잡더라도 지나친 슬픔으로 하루를 채우지 말자. 반려동물이 보호자에게 많은 사랑을 주었듯이, 보호자 또한 반려동물을 너무나 사랑했을 테니.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하다면 이별 후 밀려오는 후회에 몸서리치지 않아도 괜찮다. 한 생명을 끝까지 책임지는 것만으로도, 보호자는 마땅히 존경받을 가치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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