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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껌정호랭이 Black Tiger Nov 10. 2023

운수 좋은 날일까?

모든 식구들이 오늘따라 일찍들 나갔다. 나도 덩달아 잠에서 일찍 깨어서 이곳저곳 집안을 두리번거리면서 돌아다니다 아이들 침대 위에 제멋대로 나뒹굴고 있는 이불들이 눈에 들어와,  열심히 사느라 피곤한 몸을 이끌고 퇴근 후에 방에 들어왔을 때 깔끔하게 정리해 놓으면 조금이라도 피로 푸는데 도움이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정리해 놓고 주방으로 나와 냉장고를 열고 자그마한 사과를 하나 꺼내 깨끗이 씻어서 한입 크게 베어 물었다. 그런데 아차 왠지 다른 날과 다르게 푸석한 느낌이 윗니 아랫니를 타고 온몸에 전해 지면서 기분까지 확 상하고 말았다. 그리 오래되지도 않았고 지속적으로 시원한 냉장고에 머물러 있던 친구 이건만, 이 친구는 나의 아침기분을 망칠 정 도로 변해 있었던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새빨갛고 맛있게 보여서 선택한 친구 이건만 이 친구도 나뿐 사람들처럼 겉과 속이 달랐다.


다른 사과를 신중하게 골라 맛있게 먹었더니 한순간에 아까의 기분은 아랑곳하지 않고 밤새 허기진 배를 채워 주어 원래의 상태로 기분은 돌아왔다.


조금은 좋아진 기분을 안고 그래도 뱃살 뺀다고 어제저녁부터 최소한으로 음식을 조절해 먹다 보니 밤새 운동한 위장은 사과 하나로는 도저히 안 되겠는지 허기가 자꾸만 음식을 부르고 있었다.


그래 다음날 아침이니 좀 먹어 주고 낮에 좀 더 운동을 하면 되지 뭐 하는 마음으로 자그마한 접시를 꺼내놓고 며칠 전 딸내미가 맛있게 먹던 기억이 있어 냉동실을 열고 닭꼬치를 꺼냈다. 그래 한번 먹어 보자 평소에 그렇게 즐기는 음식은 아니지만 왠지 오늘은 이 닭꼬치를 꼭 먹고 싶었다. 땡땡 얼어 있는 닭꼬치 손잡이를 잡고 두 개만 먹어야겠다는 마음으로 잡아서 떼려고 힘을 가했더니 두 개가 떨어지는 것이 아닌, 하나만 그것도 중간에서 뚝 끊어지고 말았다. 오늘 왜 이러냐 아무런 생각 없이 너무 딱딱히 얼었나 보다 하고 끊어진 반토막과 두 개를 더 꺼내서 아까 꺼내 놓은 접시에 올려 전자레인지를 돌렸다. 그런데 전과 다르게 전자레인지에서 뭔가 뚝~~~ 하는 소리가 귓전을 살짝 스쳐 지나가 자세히 듣지는 못했다. 주위를 두리번거려 봐도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삐삐삐~울려대는 전자레인지를 열고 맛있게 데워진 닭꼬치를 꺼내 맛있게 먹었다. 아~ 맛있구나 이래서 애들이 이걸 좋아하는구나... 느끼면서 이 맛은 아이들만이 아닌 중년이 지난 우리 입맛에도 맛있구나!!! 아이들이 먹어 보라고 할 때 싫다면서 거절했던 것이 후회로 느껴졌다.


다음부터는 나도 무슨 음식이든 먹어보기 도전을 해야겠구나 하는 혼자 만의 다짐을 했다.


맛있게 먹었으니 이제는 뒤처리를 해야 했다. 아뿔싸 접시에 뭐라도 깔고 했어야 하는데 그냥 양념된 닭꼬치만 올려서 전자레인지를 돌리고 보니, 얼어있던 양념이 전자레인지의 열로 인해 녹아내리면서 접시 바닥을 완전히 점령하면서 딱딱하게 굳어 버려서 쉽사리 씻을 수가 없었다. 큰 양푼에 물을 받고 주방세제를 조금 풀어 담가 놓았다가 수저로 긁고 수세미로 문지르고 해서 겨우 원래의 모습으로 닦아서 소독기 위에 올려놓으려고 물기를 턴다고 살짝 흔드는데 그만 이 접시가 깨지면서 오른손등을 살짝 스치면서 반쪽이 바닥에 냉동댕이 처지고 말았다. 깜짝 놀라 손등을 보니 다행히 스치기만 했을 뿐 큰 상처는 없었다. 아차 하는 순간이 머릿속을 하얗게  만들어 버렸다. 다행히도 크게 다치지 않았다. 간담이 다 서늘했다.


그래 오늘은 아침부터 일진이 좀 그런가!!! 혼자 생각으로 조심해야 하겠다는 마음으로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집을 나섰다. 그러나 특별한 목적 없이 나온 바람에 경비실 앞에서 어디를 갈 것인지 한참을 생각했다. 그래 이발을 한지도 꽤 지났고 머리도 지저분한데 머리나 시원하게 깎고 기분 전환하자 생각하고 단골 비용실로 향했다.


손님들이 없을 시간이려니 하고 찾아간 미용실에는 80이 넘으신 어머님들 두 분이 머리를 말고서 두건을 쓰고 파마가 곱게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계셨다. 그사이 다행히도 나는 시원하게 머리를 자를 수 있었다. 한여름에는 짧게 짧게만 깎아달라고 부탁했었는데 오늘은 겨울이라 춥다면서 옆머리만 짧게 해달라고 나도 모르게 미용실 사장님께 부탁하고 있었다. 사람의 간사함은 참...


머리를 다 자르고 막 미용실을 나서려는 아는 형님이 자기 있는 곳으로 놀러 오라고 해서 갔다가 고물상을 크게 하면서 골동품 및 오래된 생활용품들을 모으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는 사장님을 우연히 만나 이런저런 재밌는 얘기를 나눴다. 요즈음에는 예전에 흔하던 하얀 고무신도 구하기 힘들다면서 자동차 트렁크를 열고 보여주는 흰 고무신... 이것도 오는 길에 아는 분이 신고 있어서 2만 원 주고 뺏어 왔단다. 그러면서 하는 말은 그래도 흰 고무신은 가끔 보이는데 검정 고무신은 아예 종적을 찾을 수 조차 없다고 한다. 진짜 그럴까 시골 장터에는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지만 고물상 사장님 말을 믿기로 했다. 그리고는 깊숙한 곳에 숨겨 두었던 밀짚모자도 보여 주는데 중국산이 아닌 오리지널 국산이면서 직접 사용하던 것인데 모양이 제대로 잡혀 있다면서 자랑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진짜 국산인지 중국산인지는 확인 불가였다. 그러나 모양은 제가 어릴 때 아저씨들이 농사일하면서 썼던 그 모습 같긴 했다. 다음엔 자기 골동품 사무실로 초대해 주겠단다. 그러면서 하는 말은 와서 보는 것은 좋은데 달라고는 하지 말란다. 뭇사람들이 와서 구경하고서는 아무런 생각이 없는 건지 무조건 자기가 가져가겠다고 우길 때 입장이 곤란하다면서 고충까지 얘기했다.


그리고 집에 오는 길에 슈퍼에 들러 며칠 전부터 먹고 싶었지만 와이프한테 말할 수도 없고 해서 그냥 참 와 왔던 반찬 재료들이 세일 딱지를 붙이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해초무침(뜸부기), 고구마줄기 삶은 것, 두부를 사가지고 와서 뜨거운 물에 살짝 데처 놓고 두부를 잘게 잘라 내가 좋아하는 바짝 튀겨진 두부 부침을 하려고 기름에 튀기고 있는데 갑자기 프라이팬 전체에 불이 확 붙으면서 금방이라도 환풍기를 타고 집 전체로 퍼질 것 같이 불길이 타올랐다. 순간 정신을 잃고 무의식 적으로 프라이팬을 들어 방바닥에 내동댕이를 쳤는데 다행히도 불은 꺼졌다. 후~하면서 나도 모르게 크게  한숨이 나왔다.


그러나 왼쪽 손등과 갤럭시워치가 채워 저 있는 손목을 제외하고 옆 시계줄을 따라 손목에 빨갛게 살이 달아 올라 쓰리면서 따끔 거림이 느껴졌다. 조금 있다 정신을 가다듬고 자세히 몸을 훑어보니 왼쪽 발등 엄지발가락 위도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온 집안에 불이 번지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이지만 몸 여기저기 화상을 입었고 싱크대 앞 방바닥은 온갖 기름과 튀기다만 두부 조각으로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집안에는 아무도 없었고 혼자서 일으킨 사고이다 보니 내 몸 스스로 화상 열기를 달래 가며 키친타월과 물휴지를 동원해서 몇 번을 닦아야 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식용유의 미끌거림은 닦아내도 닦아내도 남아 있는 것 같은 번적거림과 미끌거림은 계속되었다. 도저히 제 힘으로는 안될 것 같아 기계의 힘을 빌리기로 생각하고 도우미 로봇 청소기를 동원해 몇 번이나 반복해서 닦아 달다고 반복 부탁을 하고 나서야 겨우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런저런 사고를 치르고 나니 맛있는 저녁을 기대했건만 밥맛마저 어디론가 다 도망가 버렸다.


그러나 인간은 먹고 싶은 것은 먹어야 하는 것 같았다. 그 고생을 했으면서도 해초무침과 고구마순 무침 그리고 두부부침은 먹고 싶어서 저녁상으로 차려 TV앞에 거하게 차려 놓고 코리안시리즈 3차전을 보면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맛있게 먹고 있다.


그리고 저녁 안경을 닦는데 멀정하던 안경마저 뚝 뿌러지고 마네요  오늘 참 운수 좋은 날인지...


아침부터 하루 종일 일어난 일들은 모두 좋은 일의 징조라 생각해야겠지요?

미리 이러한 좋지 않은 일들이 액땜을 해주어서 더 악화된 안 좋은 일들은 일어나질 않고 방지가 었겠지요?


"우리 모두"  "모든 일들을 좋은 방향으로만 생각하도록 합시다."


그래 그렇게 좋게 생각하면서 하루를 마감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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