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미네랄워터 Dec 01. 2023

부모바보(2023)

#heritage #이종수감독 #부모바보 #SIFF

 영화 부모바보는 시스템 위, 애매한 선상에 놓인 인물을 조명하고 있다. 사회에서 군인으로 취급받지 못하지만 본인의 삶은 군인처럼 통제받아야 하는 공익의 위치에 서있는 영진이 그러하고,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월급의 절반은 세금으로 받고 있는 진현이 그러하다. 더구나 노인 순례는 사회적 약자라는 위치에 서 있지만, 자식에게 재산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 수급자로 취급받지 못하는 반쪽짜리 사회적 약자이다. 감독이 큰 타이틀로 인물을 조명하듯, 이 영화는 애매한 위치에 서있는 이들을 플래시백으로 카테고리화하여 조명한다. 그리고 이러한 애매한 시스템에서 이루어지는 사람 간의 상호작용, 예를 들어 짜증을 내는 대상의 대물림 같은 상황은 맥락이 단절된 한국사회의 시스템을 기이한 시선으로 고발하고 있다. 그리고 영화의 결말이 말해주듯, 우리 사회 시스템은 금방이라도 녹아 버릴 것 같은 얼음 위에 서있다.

 

 영화가 끝난 뒤 부모바보라는 제목이 어떻게 탄생하게 된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시민을 보호할 국가, 부모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국가에 대한 아쉬움이 담긴 제목이라는 생각이었다. 감독은 이에 대해 누군가에게 찡찡거리고 싶었다 말했고, 또 부모 바보라고 말했을 때 받는 공감에 대한 불쾌함도 함께 언급했다. 쉽게 말해 내 부모님은 나만 욕할 수 있다는 논리를 언급한 것이다. 이 부분이 가장 흥미롭게 느껴졌는데, 나 자신도 한국사회에 대한 한탄을 하면서도 다른 나라가 우리나라를 욕하면 괜히 어떤 불쾌함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제목에서 아이러니가 돋보이듯, 이 영화는 아이러니 그 자체다. 가령 순례는 아들에게 버림받는 이 상황에 대한 한탄을 진현에게 하고, 진현은 거기서 받은 스트레스를 공익복무 중인 영진에게 표출한다. 영진은 이런 상황들과 함께 불성실한 태도로 군복무에 임하지만 우리는 이 세 인물 중 아무도 욕할 수 없다. 세 인물이 안고 있는 상황이 모두 이해가 되면서도, 누구 탓을 하기가 애매하기 때문이다. 누가 가해자인지도 피해자인지 판단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시스템 탓을 하자니 시스템에도 각각의 논리가 있기에 영화에서 느껴지는  답답함을 표출할 대상을 고르지 못하는 것이다. 영화 또한 세 인물을 관조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어떤 인물에 공감이나 동정이 유도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영화에서 극 인물의 시선을 가까이 보여주는 것은 오로지 영진의 시선이다.(이 시선마저 인서트 컷 위주다.) 무료 나눔으로 캠코더를 얻게 된 영진은 캠코더로 본인이 보고 있는 것을 찍는다. 그리고 우리는 중간중간 삽입되는 영진이 찍은 캠코더 인서트를 보게 된다. 인서트의 내용은 보통 그가 근무하고 있는 종합복지관의 그림들(아이들이 그린), 노숙하고 있는 장소의 모습들, 자연(영진이 노숙하고 있는 다리 주변에는 나무가 많다.)이 주로 찍혀있고, 얼음 위 다리 장면도 그가 찍은 장면이다. 주관적인 샷이 배제되어 있는 영화이기 때문에, 이런 영진의 시선은 감독의 시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감독은 도시에 대해 전형적인 이미지보다는, 우리가 자연에 침입한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고 했다. 이런 이질적인 도시의 모습이 영진의 시선에 담아있던 게 아닐까 싶다. 캠코더의 계속되는 줌인은 초점을 맞춰야 하는 대상이 계속해서 바뀌는 기분을 자아낸다. 예를 들어 철조망을 보고 있다가 갑자기 철조망 뒤 간판을 보고 있다가, 그 간판에 새겨진 건물의 정보를 보고 있다가, 다시 철조망을 보게 되는 이런 초점플레이는 익숙했던 풍경과 공간에서 어떤 이질적이고 기이한 분위기를 가져온다. 감독이 느끼는 사회란 굉장히 이질적인 사회였던 것 같다.  


 이 영화에 대해 영화 <괴인>을 언급하며 <부모바보>가 풍기는 정서가 요즘 독립 영화의 유행이냐는 평을 보았다. 유행이라면 유행일 것이다. 기이하고, 섬뜩한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는 이 사회가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영화에서 느끼는 이런 기이함은 감독이 바라보는 사회를 해체하고 다시 조립하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풍겨 나오는 정서였을 것이다. 부모바보의 감독, 이종수 감독의 차기작이 기대되는 지점도 어떤 대상을 보다 더 깊게 해체하고 파고든 후 본인만의 해석과 시선을 창조할 수 있는 감독이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Trainspotting (1996)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