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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럭키쥬쥬 Sep 05. 2024

유방암 수술 1달 차, 어렵사리 만세!

운동은 디폴트 값이고 적당한 우울과 충만한 행복의 공존을 위하여

8월 8일에 수술을 했으니, 오늘로써 딱 1달이 되었다. 그간 신체적 변화를 돌이켜 보자면.


도무지 영 나아질 기미도 없어 보이던 오른팔의 가동 범위. 지난주까지만 해도 재활의학과를 찾아가야 하나 고민했는데, 점차 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어렵고 뻐근하지만 아주 우습게 '만세' 자세가 나오긴 하는구나. 여전히 수술 부위를 중심으로 겨드랑이, 등에 이어지는 근육은 감각이 없다. 양쪽 겨드랑이를 자세히 비교해 보면 근육의 위치나 두께, 쓰임의 정도가 다름을 느낄 수 있다. 확실히 오른팔 수술 부위 근육이 수축되었다. 간혹 일상적인 움직임 속에서 느껴지던 확장기의 이물감은 여전하다. 그래도 처음보다는 익숙해져 가는 느낌이랄까, 여전히 불편하지만 불쾌함은 조금씩 무뎌져간다.


성형외과 2번째 외래에서 배액관을 제거했고, 수술 3주 차에 다녀온 3번째 외래에서 고여있던 피도 한번 뽑아냈다. 지극히 정상적인 범위의 양이니 걱정할 것이 없다 말씀해 주셨고, 간혹 나타나는 일시적인 통증이나 저림 등의 증상은 손상된 신경이 돌아오며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라고 한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다시는 감각이 돌아오지 않을 부위인 줄 알았는데 100% 사라진 것은 아닌가 보다. 확장기는 수술실에서 200cc 가량의 식염수를 주입했고, 외래까지 더해 대략 300cc 정도 주입된 상태다. 수술 부위 접합도나 가슴의 모양, 위치 너무 안정적이다.


매일의 일상은 조금씩 나아져간다. 하나뿐인 어린이 친구는 초딩 1학년 2학기를 맞이하여 한발 더 독립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것은 바로 엄마 없이 등교하기! 물론, 친구 손을 잡고 가야 하지만 엄마 손이 아닌 게 어디냐 싶을 뿐이다. 덕분에 아침의 일상이 조금은 여유로워졌다. 하교 방식도 나의 손을 조금씩 덜어낼 수 있도록 바꾸었더니 평온함이 조금 더 커진 기분이다. 사실 이 과정은 어린이의 독립은 듣기 좋은 소리이고, 항암을 시작하게 된다면이라는 가정을 전제하고 있다. 대략 반년 가량, 내가 이 친구를 오롯이 돌볼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올 때. 아이가 혼자 해결해야 할 이슈들이 어렵지 않길 바랄 뿐. 사실 이보다 더 바라는 것은 항암을 하지 않길.


온코타입 검사 결과는 다음 주에 알게 되지만, 이미 잠정적으로 항암 치료를 전제로 움직이고 있다. 그래서 보다 더 열심히 운동하고, 보다 더 체력을 키우려 하고 있으며, 보다 더 긍정적이고 활기차게 지내려 노력하고 있다. 그래도 서글퍼지고 우울해지는 순간이 찾아오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그 좋아하는 피아노 음악을 백날 천날 들어도, 유난스럽게 단조 선율에 마음이 더 동요하고 있다. 우울한 감정을 억지로 떨쳐내기보단 적당히 경험하고 적당히 우울하되, 너무 길게 빠져들지는 말고자 한다. 떨쳐내려 할수록 우울의 그림자 잔상은 더 길어질 뿐이니. 그림자가 길어지지 않게, 정오의 태양처럼 눈부신 컨디션으로 마주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하려면 평소의 컨디션을 잘 유지하고 관리해야 하는 법. 스트레스를 덜 받고, 아무 때나 지치지 않기!


나의 행복지수는 운동을 통한 에너지 충전 게이지와 혼자만의 잉여로움 게이지가 올라가는 순간 채워진다. 지난 한 주가 그래서 그렇게도 즐겁고 덜 힘들었다. 맛있는 것도 찾아먹고, 나를 위한 식사를 차리는 소소한 일상들이 행복지수를 높여주었던 것 같다. 다음 주까지 조금 더 행복지수를 끌어올려봐야지. 적당한 우울과 충만한 행복이 공존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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