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1년 검진 그리고 항호르몬제

평생을 이렇게 걱정 근심, 불안 속에 살아야 하다니

by 럭키쥬쥬

<2달 전 이야기>


시즌이 도래했더랬다. 수술 후 1년 검진 (두둥)

정확히는 8월이어야 했지만, 검사 일정 자체가 뒤로 밀려 9월 초중순에 걸쳐 진행했다.

검사 시작 전까지만 해도 별 감흥이 없던 나였는데, 검사를 마치고 외래 일정이 오기까지 약 2주가 말 그대로 '피 말리고 살 떨리는' 그런 시간들이었다. 2-3일에 한 번씩은 병원 어플에서 검사결과지가 확인되는지 계속 체크하느라 바빴고, 온갖 커뮤니티의 재발 환자들의 글을 보며 그 글 속에 나를 대입시키곤 했다.


지금에 와서 또 드는 생각이지만, 발병 초기 그러니까 수술 후 표준치료 정해지기까지 그 시간 동안 암환자 커뮤니티에 가입하지 않았던 건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 필요한 정보는 남편을 통해서 필터링해 전달받기만 했는데, 만약 내가 직접 그 커뮤니티에 가입되어 있었더라면 우울과 방황 그 자체였을 것이다. 왜냐면 1년이 지나고서 가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일 누군가의 발병과 재발, 이별의 소식을 접하며 마음을 졸인다. 마치 그 이야기들이 나인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여전히 탈퇴를 고민하지만, 간간히 필요한 정보들로 인해 약간의 거리감, 이를 위한 텐션을 가지고 들여다보는 중이다.


1년 정기검진은 가슴 초음파, 복부 초음파, 엑스레이, 맘모그래피, 전신뼈검사, 채혈.

결과적으로 특별한 이상은 없었고, 무탈하게 6개월 후에 만나자는 이야기로 외래는 끝났다. 하지만 검사를 진행하던 시즌에 우리 집을 휩쓸고 간 A형 독감 덕분에 피검사에서 간 효소 수치가 급상승했다. 검사를 받으러 병원을 오가던 그때, 나는 독감이 오는지도 몰랐더랬는데, 병원에서 집에 오자마자 열이 40도를 넘어서고 온몸을 처맞는 몸살에 죽기 직전까지 경험해 버렸다. 결과적으로 2달 후 다시 채혈한 검사 결과에서는 간 효소 수치는 아무 이상 없음이 나왔다. 그런데 췌장수치 상승 소견은 또 뭐람. (아밀라아제, 리파아제수치 상승)


이제 3월 봄이 오면 1년 6개월 검진을 맞이한다.

매번 6개월마다, 이 불안하고 초조하고 두려움이 엄습하는 시기를 통상 2주를 겪어야 하다니. 정말 이것도 몹쓸 짓이다. 재발이 없음을 다행으로 여겨라라고 마음 한 구석이 말을 하지만, 그건 그거고. 그냥 이 상황 자체가 주는 스트레스도 견디기 참 어렵다. 4년을 더 해야 하고, 그 와중에 4년을 잘 버티길 바라고 있고. 그런데 생각해 보면 평생을 죽을 때까지 이렇게 해야 하는 것이고.


암 생존자에게 평범한 일상이란, 아주 끝없는 낭떠러지를 홀로, 외줄로, 기약 없이 건너가야 하는 긴장 상태. 평범한 일상이 긴장 상태라니 뭔 소리야 싶지만, 평범하기 위해 매일을 긴장하며 살아간다. 갑자기 나타나는 일시적인 증상이 재발의 전조는 아닌지, 허투루 지나가는 작은 상황들이 위험을 표현하는 시그널은 아닌지, 내가 둔해서 지금 모르고 있는 건지 등등. 남들이 보면 다 끝났는데 왜 이렇게 호들갑이고 왜 이렇게 걱정이야 싶겠지만... 그래서 한 발, 한 발, 내딛는 걸음이 힘에 부치고 때론 무겁기만 한 그런 외줄 타기 같다. 재발 없이 잘 지나가면 그 외줄은 적당히 굵은 줄일 테고, 재발이 와서 다시 또 시작하면 그 줄은 얇은 줄이 되어있겠지. 그 어떤 상황을 만나게 되더라도 부디 내가 잘 이겨내고 잘 버텨낼 수 있기를.


항호르몬치료를 한 지 1년이 더 지났다. 타목시펜은 야금야금 아주 서서히 내 몸을 잠식하고 있다. 현재까지 나타난 증상들을 돌아보면 아주 버라이어티 하다. 탈모가 시작되었고, 멜라닌 색소가 부족해 피부와 머리카락이 변하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발바닥이 아프다. 뭐랄까, 발바닥 신경들이 욱신거리고 부어있는 느낌적인 느낌. 어느 날은 손가락 둘째, 셋째 마디를 접는 게 그렇게도 아팠더랬다. 아 이게 바로 엄마와 할머니들이 말하는 관절통인가!라고 인지하게 된 순간이었다. 1년이 지난 요즘은 어딘가 앉았다 일어설 때 무릎에 손을 올리고 일어나기 시작했다. 아놔. 슬프다. 애초에 별로 존재하지 않던 성욕은 아예 뿌리마저 사라져 버렸는데, 이건 내가 휴직하고 집순이 모드로 살고 있으니 더더 심해지는 느낌이다.


타목시펜과 졸라덱스의 조합은 내 몸의 에스트로겐의 씨를 말려버리는 형태의 작용을 한다. 결과적으로 급속도의 노화, 갱년기를 맞아하게 된 상황. 나이 40에 이른 갱년기라니. 나는 마음의 준비도 안 했는데!!!! 온 세상이 슬로에이징을 외치고 있는 요즘, 남들보다 10년 빠른 노화를 맞이한 나에게 슬로에이징은 꼭 필요한 이야기면서 남의 이야기 같은 뭐 그런 느낌이다. 에라 팔자야. 덕분에 갱년기엔 근육 운동이지 라는 마음으로 필라테스와 웨이트, 러닝(이라고 쓰지만 조깅)까지 다양하게 두루두루 해 먹고 있는 요즘이다. 필라테스는 재활과 밸런스를 중심으로, 웨이트는 점진적 과부하와 근육 증가를 중심으로, 러닝은 별 목표는 없지만 상쾌한 마음으로! 그것도 뛰다 보니 재미가 좀 있는데, 재미를 찾다 보니 겨울이라 다시 정체기가 시작되고 말았지 뭐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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