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내가 암환자라니! 발견부터 확정까지
육아휴직 후 초딩 일기를 남기려고 했던 이야기가 있었다. 물론 1학기가 끝나는 이 시점까지도 뒤죽박죽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지만. 학교 이야기, 학원 이야기, 나의 운동 이야기 등등. 하고픈 말이 많았는데 그 모든 것들이 뒷전으로 밀렸다. what the f...
2024.5.29.(수) 종합건강검진을 했다. 2년에 한 번 진행하는 국가건강검진과 더불어, 나는 최근 한 3-4년은 매년 종합건강검진을 하고 있다. 특히나 유방은 촬영술과 초음파를 모두 다 해왔다. 올해도 역시나 마찬가지였고, 특별한 소견 없이 마무리가 되었다. 오히려 잔잔바리 같은 증상들이 있었기에 기저질환인 갑상선 항진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없는지가 중요했을 뿐. 그렇게 올해의 미션도 하나 클리어 했더랬다.
2024.6.17.(월) 월요일 아침을 맞이하는 새벽녘, 이 날따라 왜 그렇게 잠이 잘 안 오던지. 유난스럽게 뒤척거리고 선잠으로 피곤해하던 시간이었다. 새벽 3시쯤 되었을까, 옆으로 누워서 자다가 몸을 트는 그 순간, 갑자기 오른쪽 가슴에서 무언가 만져졌다. 읭??????????
여자라만 누구나 안다. 내 가슴에 원래 없어야 할 멍울이 생기는 게 어떤 느낌인지. 없어야 할 곳에 무언가 만져진다. 그리고 다른 곳에 있는 통상의 멍울과 다르게 만져진다. 이거 뭐 텍스트로 설명이 될 수 없는 이야기다. 그 새벽의 순간부터 난 동이 트는 아침까지 밤을 꼬박 새우고 말았다.
비몽사몽 한 정신으로 초1 어린이를 등교시키고, 정신 차리고 운동도 하고, 집안일도 정리하고 났더니 전화가 울렸다. 종합건강검진을 시행했던 ****건강검진센터. 종합결과지 잘 받았는지, 쓰여 있는 내용대로 추가 검사 잘하시라(산부인과, 일반내과)는 내용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별 생각이 없었기에 몇 가지 대답만 하고 통화는 종료. 생각난 김에 움직이자 해서 산부인과로 향했다. 유방초음파도 보는 병원이라 간 김에 2가지를 다 해버릴 심산이었다.
다행히 산부인과에서 본 자궁 쪽 의심 내용은 특별한 것이 아니었고, 유방 쪽 진찰에서는 선생님도 '읭???' 하는 반응이었다. 5월 말 초음파랑 촬영을 다 했는데, 이렇게 만져진다고?라는 대화였다. 결과적으로 초음파를 다시 찍지 못했다. 2주 사이에 이렇게 자랄 수가 없다. 이것이 암이었다면 2주 전 검진에서 안 나올 수가 없다. 한참을 촉지하고 결과지를 보시더니 1달 후에도 동일하면 초음파를 한번 보자였다.
그런데 내 마음이 너무 불편했다. 왜냐면 너무너무너무너무 이상한 멍울이었다. 나의 어린이를 출산했던 병원으로 전화를 돌렸다. 초음파 예약을 다짜고짜 했다. 다음 주 월요일. 1주일이란 긴 시간이 필요했다.
2024.6.25.(화) 1주일이 흘렀다. 정신없이 일상을 보내면서도 가슴은 매일같이 체크했다. 줄어들 생각은 없어 보이고, 그렇다고 뭐 아프지도 않았다. 초음파실에서도 계속 '읭'의 연속이었다. 선생님의 질문은 1. 욱신거렸는지. 2. 열이 났던 적이 있는지. 3. 진물이 나거나 피가 나거나 한 적이 있는지. 4. 통증이 없는지
계속 쉬지 않고 물어보셨다. 그러면서 계속 이상하다. 이상하다. 암이라고 하기도 뭐 하고, 암이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하기도 뭐 하고. 뭔지 모르겠다 그런데 크기가 2센티가 넘기에 조직검사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는 결론이었고, 주치의 선생님 또한 영상을 보시자마자 전문유방외과로 소견서를 주셨다. 통상적으로 암이 아닐 확률이 대부분이기에 걱정 말라며, 단순 염증일 수도 있다고도 했다.
2024.6.27.(목) 난생처음 와본 유방외과. 굉장히 무미건조한 대화들이 오가며 조직검사를 했다. 며칠간 걱정으로 낯선 전화가 올 때마다 놀랐지만, 다행히 병원이 아니라 안심을 했다. 악성 결과일 경우 병원에서 빠른 내원을 요구하는 전화를 한다기에 그런 일이 없다는 것에 안도했던 것 같다.
2024.7.4.(목) '죄송하지만, 암이네요.'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난 분명 가벼운 발걸음으로 가서 마음의 준비가 1도 없었고... 무장해제 된 상태였기에 드라마에 나오는 리액션 따위는 없었다. 그저 내가 뱉은 한 마디는 "진짜요?????????????"가 전부였다. 투명해진 뇌로 상급병원 초진 예약을 상담받았다. 생각해 오신 병원이 있냐는 질문을 받았다. 생각하는 병원이라니요.. 암 자체를 생각 안 했는걸요... ㅠㅠㅠㅠ
전공의 파업 상황으로 대학병원 예약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코디 선생님의 예상과 다르게, 신촌 세브란스 초진 외래가 바로 잡혔다. 내가 누구야. 세브란스 외래 6년 차 되시올시다. 눈물도 안 나고 정신도 멍하고 현실 감각이라고는 1도 없는 시간이 흐르고 있다가 엉엉 울기 시작한 순간이 있었다. 친절한 코디 선생님께서 사인하라고 내밀어주신 '건강보험 산정특례 서류'를 보는 순간이었다.
어느 서류에 왜 서명을 해야 하는지도 이해하지 못한 채 사인을 휘갈기다가 그제야 서류가 눈에 들어왔고, 중증 등록에 관한 서류라는 걸 인지한 순간 눈에서 눈물이 마구 흘러내렸다.....ㅠㅠㅠㅠㅠ
(덕분에 이날 진료비는 3만 원도 안 내고 나옴...ㅠㅠㅠㅠ)
병원에서 의뢰서와 영상자료를 들고 나온 후 남편과 통화를 하며 뿌에에에에에엥. 그렇게 유방암 뽀개기 대작전을 시작하게 되었다. 며칠에 걸쳐 친정 식구들에게 암밍아웃을 하고, 조직검사 슬라이드를 받고, 관련 서적을 뒤적거리며 암환자로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판단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술을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