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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뿌듯 May 13. 2024

뺄례네 집 손녀딸 1

가족의 역사

 이것은 내가 나에게 쓰는 편지이자, 이 세상 상처받은 모든 영혼들에게 주고 싶은 작은 선물이다.      


 글써서 상을 곧잘 받아오는 데, 왜 본인의 이야기는 쓰지 않냐는 할머니를 위해. 그 유언을 실행할 용기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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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꽤 복잡한 가정환경에서 크고 자랐다. 음.. 나를 얘기하기 위해서는 사랑하는 나의 아빠.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우리 아빠 얘기부터 해야 한다. 우리 아빠는 김흥석. 내가 생각해도 정말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우리 아빠의 고향은 전북 군산 개정면. 가난한 집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아마도 재산이 많았다고는 하나 그 흔한 스토리 마냥 증조할아버지가 모든 전답을 노름판에서 잃었다고 한다. 원래 없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증조할머니와 증조할아버지 사이에서 오랫동안 자손이 나오지 않자 양자를 들였는데, 그 양자에게 그나마 남은 재산도 다 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이후 기적적으로 나의 할아버지인 김중걸 님이 태어나셨고 동생도 태어났다.


 몸은 허약했지만 두뇌가 명석했던 친할아버지는 참 좋은 분이셨다. 늘 나에게만 숨겨둔 간식을 챙겨주시고 항상 안쓰러워하는 눈빛으로 나를 보셨던 것 같다. 그런 착하고 심성 고운 할아버지에게 큰 시련이 닥쳤다. 바로 6.25 전쟁이다. 허약한 몸으로 할아버지는 학생 때 전쟁에 참여했다가 심각한 부상을 입으셨다. 전쟁의 후유증은 할아버지의 몸과 마음을 모두 뒤흔들어 놓았다. 장애를 얻게 되었고, 하고 싶은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의 몸 상태가 되었다. 이때 할아버지는 매우 절망하셨던 것 같다.

  

  그 마을에 허약한 할아버지를 사랑했던 여인이 있었다고 한다. 할아버지도 무척 그 여인을 사랑했을 테고.. 전쟁이 끝나면 혼인하자 약속했지만, 집안끼리 할아버지의 의사를 무시한 채 덜컥 다른 여인과의 혼사가 결정되었다. 그 여인이 바로 나의 사랑하는 할머니 이봉례 여사다. 이 소식이 마을에 퍼진 이후 할아버지를 사랑했던 그 여인은 목을 매달았다고 한다.


 할머니도 할아버지를 사랑해서 결혼한 것은 아니었다. 시집가기 싫다고 사흘 밤낮을 단식투쟁을 벌였으나 나의 외 증조부께서 워낙 완강하여 울면서 시집을 왔다고 했다. 남부럽지 않은 집 큰 딸로 살았던 우리 할머니가 가난하고 아픈 남자와의 결혼이 좋을 리 없었겠지..


 이렇게 시작된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결혼생활이 평탄했을 리 없다. 우리 할머니는 내가 봐도 보통 여성이 아니다. 그 시대 흔치않은 신여성이다. 기가 세고 하고 싶은 말은 다 해야 하지만 속은 또 한없이 여리고 정 많은 사람이다. 하지만 지금 내가 생각해도 불가사의한 것은 어떻게 이렇게 사랑 없는 부부 사이에서 자식이 셋이나 나왔단 말인가. 다시 한번 생각해도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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