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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밍캅 Sep 06. 2024

내 이야기는 아무도 안들어줘

아이들이 보내는 신호

episode 1
  얼마전 중학생 딸이 가출했다며 신고한 엄마를 만났다. 엄마는 딸이 너무 버릇이 없고 공격적인 폭언과 욕설을 수시로 하며 가출을 자주 한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딸을 찾았고 왜 가출했었는지 물으니 엄마가 수시로 폭행하여 집에 있기 싫어서 나왔다고 한다. 집에 들어가면 또 엄마가 때릴거 같다는 말이다. 딸은 집이 싫어서 나왔는데 왜 날 다시 엄마한테 데려가느냐며 언성을 높였다. 그리고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도, 어른들도 내 얘기를 아무도 안들어 줘"

episode 2
  한 엄마는 고등학생인 아들에게 폭행을 당해 신고했다. 엄마의 얼굴이 심하게 멍이 들어 있었다. 엄마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떡볶이를 만들다 조금 태웠더니 아들이 이딴것도 제대로 못 만들고 할 줄 아는게 뭐냐며 폭언과 폭행을 하였다고 한다. 그 학생은 출동한 경찰관에게 아무말도 하지 않으려 하였다.
"어차피 아무도 내 얘기를 안들어주잖아요"라고 반복적으로 말을 할 뿐.






  표면상으로는 청소년들의 잘못된 행동이 먼저 눈에 띈다. 하지만 청소년들은 왜 이토록 '아무도 내 얘기를 안들어 준다'라며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는 걸까. 나는 그 이유가 너무 궁금했다. 정말 어른들은 청소년들이 진심으로 하고 싶은 말, 그 속마음을 말하기도 전에 듣기 싫다고 사전에 차단하는 것일까. 그런게 쌓이고 쌓여 분노하고 가출하고 폭행하게 되는 것 일까. 한번은 내가 들어줄테니 이야기 해보라고 말했던 적도 있지만 아이의 마음을 쉽사리 두드리지 못하였다. 아무래도 아이와의 라포형성이 제대로 되지 않은 모양이다.


  심리상담사들이 내담자들을 만나면 가장먼저 라포형성을 한다. 내담자들도 심리상담사들이라고 툭 까놓고 전부 말하지 않는다. 그들도 상담사들이 충분히 믿을만 한 사람인지 내 얘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인지 파악 후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마 청소년들도 처음엔 선생님이나 어른에게 이야기하려 했을거다.
  "선생님 제가요 이런사정이 있어요~", "저는 지금 매우 힘든 상태에요~"라며 이야기를 시도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때마다 어른들은 그들만의 잣대로 "아무리 그래도 그러면 안돼", "너의 행동은 잘못되었어", "세상에는 더 힘든일도 많어", "그렇다고 니가 그러면 안돼" 등등...

  그렇게 아이를 가르치려 했을 거고, 아이는 더이상 말 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어차피 내가 얘기해도 제대로 들어주지 않는구나 생각했을지도 모르다.
  그래서 결국 "내 얘기는 아무도 안들어줘" 이 한문장으로 끝나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이든다.




  "그랬구나, 많이 힘들었지?"


  어쩌면 이 짧은 말 한마디가 필요했던건 아닐까. 만약 내 주위에 아무도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생각해보면 정말이지 끔찍하다. 반대로 단 한사람이라도 내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아직 이 세상은 따뜻하고 살아갈 만 하구나' 라고 생각된다.

  나도 누군가로부터  존중받는 가치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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